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은 지난해 세종시 수정 시도가 실패하면서 지역갈등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 세종시에 대해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경제도시'로의 수정을 시도했다.
세종시가 당시 수정에 성공했더라면 세종시가 충북 오송, 대전 대덕과 연결되는 과학벨트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사실상 과학벨트 공약은 자연스럽게 세종시에 흡수하는 형식으로 처리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친박(친 박근혜)계까지 수정에 반대하면서 결국 지난해 6월 세종시가 원안인 행정도시로 환원되자, 이 같은 정부의 구상은 좌초했고 과학벨트 지정의 필요성이 다시 불거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7일 "(과학벨트는) 본래 세종시와 연결된 것인데 세종시가 안되면서 꼬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당초 대선 국면에서 '과학도시'를 공약으로 구상했다가 나중에 '과학벨트'로 바꿨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도시'에서 '벨트'로 용어가 변경된 이면에는 특정 도시 한곳을 지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당시 이명박 대선캠프 내에서는 논란이 벌어졌고 결국 '과학벨트'로 공약이 변경됐다는 전언이다.
핵심 관계자는 "과학벨트의 원래 명칭이 (과학도시를 뜻하는) '은하도시'였는데 도시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난리가 날 것 같아 나중에 벨트로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벨트의 경우 어느 한 곳의 도시를 특정하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공간적으로 좀 더 길고 포괄적이며, '애매한' 개념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현재 과학벨트의 분산 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과학벨트의 이 같은 개념 설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애초부터 과학벨트는 '점' 아닌 '면'의 성격이었다는 것이다.
또 당시 대선 캠프에서는 지역관련 공약들의 중요도를 분별해 상대적으로 후순위의 사안들은 '지역공약'에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번에 백지화돼 논란을 빚었던 동남권 신공항과 이번에 문제가 된 과학벨트 모두 지역공약에 들어 있는 사안들이다.
핵심 관계자는 "2007년 대선 당시 공약을 만들 때 정치권의 이익과 정책이 상충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공약집을 중앙선대위 공약과 7개 지역공약 두가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공약은 (지킬 수 있는) 공약이었고, 지역공약은 민원성이 있었다"면서 "미국에서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공약은 잊어버리라는 말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