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위기가 진정되면서 630조원 가량의 국내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 금리가 낮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상태에서 증시 낙관론에 점차 무게가 실리면서 증시가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기둔화 등 글로벌 악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증시로 투자자금이 몰려들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3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합친 단기자금 규모가 4월말 현재 552조4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과 증권사 고객예탁금을 단기 부동자금으로 간주하면 그 규모는 628조2000억원으로 커진다.
이 부동자금은 2007년 12월 말 493조원에서 2008년 6월 말 519조원, 2008년 12월 말 535조원, 2009년 6월 말 582조원, 2009년 12월 말 628조원, 작년 6월 말 647조원, 작년 12월 말 646조원에 이어 올해 4월 말 628조원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하반기 이후 많이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소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자금이 630조원대에 육박한다. 은행, 채권 금리는 아직도 낮은 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작년 11월 이후 네 차례 인상해 기준금리가 연 3.25%로 올랐지만, 예금과 채권 투자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부동산도 매력이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 안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증시로 자금이 몰려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에 들어오는 자금 규모도 조금씩 늘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4월 말 62조원에서 이달 29일 66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 놓은 실질고객예탁금도 이달 27일 현재 26조7000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증시 변동 가능성이 큰 탓에 투자자들의 반응은 신중하다.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잔고는 이달 27일 현재 6조2000억원으로 4월 말 이후 감소세다. 지금 당장 뛰어들기보다 조금 더 상황을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미국 경기둔화, 중국 긴축 등 글로벌 경기 악재와 2분기 국내 기업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도 증시에 악재다. 관련 지표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