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등 부실국가의 재정 위기가 유로존 내 선진 경제까지 위협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16일(현지시간) 긴급 회동을 갖고 유로존의 채무위기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전날 시장을 뒤덮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루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프랑스와 독일은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기금 확대와 유럽 공동채권인 유로본드 발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유로본드 구상에 대해 유럽연합을 ‘송금 연합’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역내 국가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부국이 나서 채무를 해결해 주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시장의 패닉 장세가 이어지고 프랑스마저 위기에 처할 기미가 보이자 두 정상이 이번 회동에서 두 방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위기에 몰린 국가를 구제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이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유로존에서 이탈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유로존 내에서 독일·오스트리아·핀란드·룩셈부르크·네덜란드 등과 함께 최상위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군 중에서 재정적자 규모가 가장 큰 것이 약점이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5.7% 수준으로 낮추고 오는 2012년에 4.6%까지 떨어뜨린 뒤 2013년에는 유로존 공동 목표치인 3%에 맞춘다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에는 목표달성에 실패할 수 있다.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에 0.9%를 기록하는 등 강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2분기에는 0.2~0.3% 수준으로 둔화됐을 것으로 예상돼 시장의 우려가 현실기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유로존 2대 경제국 프랑스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이탈리아 벨기에 등 중채무국은 물론 역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독일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16개월래 최저 증가율이자 5월의 20.1%보다 대폭 둔화한 것이다. 지난 9일 독일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는 2008년 1월 이후 처음 영국을 뛰어넘기도 했다.
헨리 패럴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는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독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독일 GDP가 수출 저조로 감소하면 독일에 의존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에 배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