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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의 하루는 고단했다. 그는 여의도에 있는 거래처 인근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그냥 먹는 일상의 점심이라면 편히 먹었겠으나, 거래처의 영업 실무자와 함께 하는 접대 자리였기에 밥 먹는 자리도 편치 않았다.
오후 업무를 마친 그는 세종로로 향했다. 또 다른 접대 때문이었다. 술을 못 마시고, 음악 감상을 좋아한다는 거래처 임원을 위해 음악회 티켓을 준비했다. 저절로 졸음이 오는 클래식 음악회였으나, 옆에 있는 임원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다음 날 그는 술에 빠져 살았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그이지만 접대용 술자리는 기분부터 다르다. 점심 접대 때도 폭탄주를 마신 그는 저녁 접대에서도 폭탄주를 또 마셔야 했다. 큰 거래 건이 걸린 접대였기에 거를 수 없었다.
이러한 생활이 며칠째 계속됐다. 결국 그는 몸에 이상 징후를 느끼기 시작했고, 약으로 병 기운을 없애고자 노력했다.
고된 가운데에서도 접대를 빠뜨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지금의 접대가 회사로 봐서는 거래 성사의 열쇠가 될 수 있고, 개인에게는 접대가 처세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 모 물류업체 해외영업부에 근무 중인 직장인 황모(35)씨는 한 달에 접대비로만 400만원을 지출한다.
여러 번 접대를 하는 다른 영업직 사원에 비해 그는 보통 2~3번 정도의 접대에 그친다. 그러나 금액은 다른 사원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황씨는 바이어들의 비중에 따라 금액 면에서 큰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한 번에 100만~200만원 정도 접대비가 나간다”고 설명했다. 보통의 접대 치고는 통이 크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한 달로 따지면 약 400만원 가까운 돈이 접대비로 쓰이는 셈이다.
그는 “내 돈이 아니라 회사의 돈을 쓰기 때문에 몸으로 체감하는 직접적 고충은 적다”고 말했으나 “그만큼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외 바이어들을 어떻게 하면 잘 모셔야 하나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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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직장인들은 얼마나 자주 접대를 하고 있으며, 접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276명에게 업무 접대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1.2%가 접대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접대 경험자의 한 달 평균 접대 횟수는 2.4회 정도였다. 또 한 번 접대를 할 때마다 평균 48만7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접대하는 대상에는 영업 대상 고객 및 영업사(거래처) 직원(62.9%)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공공기관 관계자(12.9%), 상사나 임원(12.5%), 내부 관계부서 담당자(8.9%), 금융기관 관계자(0.9%), 기타(1.8%)순으로 나타났다.
접대방법으로는 술 접대(69.6%)가 가장 많았으며 간편한 식사(22.8%), 선물 제공(4.5%) 순이었다. 그 밖에 현금 제공(0.9%), 뮤지컬·공연 등의 문화접대(0.9%), 골프 접대(0.9%) 등의 응답도 있었다.
직장인 61.2% 는 ‘예전보다 접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접대를 받는 이들이나 접대를 하는 이들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전에 받은 접대보다 더 좋은 것을 원하는 사람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접대 대상자가 접대를 거절한 적 있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3.1%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접대 대상자는 주로 ‘접대로는 도움이 안된다’(41.2%), ‘내부 접대 규정이 엄격해졌다’(38.7%), ‘너무 부담되는 금액의 접대라 곤란하다’(8.4%), ‘뇌물로 의심된다’(5.0%) 등의 이유로 접대를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문화가 업무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소 도움’(50.7%), ‘매우 도움’(20.3%)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7명꼴을 차지했다.
◇접대용 술은 위스키·반말하는 접대 상대 제일 싫어=가장 대표적인 접대 방식으로 꼽힌 술 접대.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어떤 술을 어떻게 마시며 접대를 하고 있을까.
술 접대에 있어서는 위스키가 단연 ‘최고의 접대용 주종’으로 뽑혔다. 위스키는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술에 비해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에 접대가 목적인 특별한 자리에서 높은 선호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탄주(22%)와 와인(19%)이 그 뒤를 이었다. 접대에서는 소주와 맥주 등 대중적인 주종에 비해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종류의 술이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접대 중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가장 좋은 이야기 소재로는 연애, 결혼, 자녀 등과 관련된 사적인 이야기가 50%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로는 연예인들과 관련한 가십성 이야기(48%)가 뽑혔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회사 얘기를 술 자리에서까지 진지하게 이어가는 사람이 싫다’고 말해 주로 가벼운 이야기로 술자리 분위기를 편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대 자리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으로는 10명 중 7명이 ‘예의 없이 반말하는 사람’을 꼽았다. 특히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무턱대고 반말하는 사람을 제일 싫은 사람이라고 응답했다.
접대 중 가장 힘든 순간은 ‘재미없는 이야기에 웃어주어야 할 때’였으며,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외모에 대한 칭찬이 75%를 차지해 필수 접대멘트로 꼽혔다.
한편 과음을 피하는 노하우로는 ‘술 한 잔을 최대한 많이 나눠서 먹는다’(47%)와 ‘술 깨는 약을 먹는다’(35%)는 답변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