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도높은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에 한국 정부는 일정량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가 공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의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이란산 원유 금수에 대한 물량을 확정하지 않았다. 미측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했지만 규모에 대해서는 협의해 나간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물량이 될 것”이라는 발표는 할 수 없는 입장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규모는 미국에서 발효된 국방수권법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만큼의 물량이다. 그러나 미 국방수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상당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의미를 약 20%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10% 수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과 이란의 상황을 비춰볼 때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의 규모가 50%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일본과 중국 등 인근 나라의 감축 예상 규모로 볼 때 ‘상당한 규모’가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업계와 조율중이다. 일본 재계에서는 대폭의 규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최소 30~50%의 규모로 금지조치를 단행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란 제재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는 중국의 경우 약 50% 가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중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50% 가까이 줄이기로 결정한다면 우리 정부도 비슷한 규모의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까지 정확한 감축 규모를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종국에는 인근 국가의 감축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6개월 정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원유수입선을 다변화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중동을 순방 중인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유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급 다변화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계약 관계 등의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석유류 수급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가 이란에서 수입하는 원유의 규모는 지난 한 해 동안 8259만배럴(9.6%)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50% 정도 금수조치가 단행된다면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수입선의 다변화를 꾀한다고 하더라도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가 시행된다면 석유류 수급 불안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럴
배럴은 액체 계량에 쓰이는 단위로 석유 1배럴은 158.9리터(ℓ)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