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코란 사본 소각에 항의하는 시위와 폭동이 계속되면서 사상자가 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군 2명이 아프간 정부군에 의해 사살되는 등 지금까지 1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서방 군사소식통들은 이날 아프간 병사 1명이 낭가르하르주(州)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기지에서 일어난 시위에 참여했다가 미군 2명에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발생한 총격전으로 시위대 2명이 사망했다고 하지 모하마드 하산 낭가르하르주 지사가 전했다.
수도 카불에선 폭도화한 500명의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경찰과 사복 요원들이 발포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코란 소각에 분노한 수천 명의 아프간 주민은 거리도 몰려나와 “미국에 죽음을”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하게 시위를 펼쳤다.
아프간의 북부와 남부에서 있는 시위 도중 경찰이 발포해 3명이 숨지는 등 이날에만 아프간인 5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생겼다.
시위는 이슬람 사원에서 이번 사건에 초점을 맞춘 설교가 이뤄지는 24일(금요일)에 한층 격화해 거센 반미 감정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아프간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보낸 긴급메시지를 통해 “불필요한 이동을 자제하고 안전한 곳에 머물라”고 경고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코란 소각이 “무지와 코란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탈레반은 웹사이트를 통해 정부군에 “이교도인 외국군에게로 총부리를 돌리라”고 촉구했다.
앞서 아프간 하원은 사건을 저지른 미군 병사들을 찾아 본보기로 처벌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경전 모독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일어나더라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미군이 바그람 공군기지 내 도서관에 보관돼 있던 코란 사본 등 이슬람 서적 수백 권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지자 아프간 전역으로 극렬시위가 확산, 전날에만 최소한 8명의 참가자가 사망하고 27명이 다쳤다.
파문이 확산일로 양상을 보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사건이 고의적이지 않은 일이었다면서 공식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