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타도’를 외치는 일본 전자업계의 합종연횡이 심화하고 있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전자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으나 삼성전자의 급부상과 함께 벼랑 끝 신세로 내몰린 상태다.
D램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반도체에서부터 LCD 패널, TV 등 핵심 분야는 현재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특허권 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불편한 관계를 이용해 삼성에 반격할 태세다.
삼성의 부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고심하는 애플에 일본 기업들의 물량 공세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은 관련 업계의 최대 고객이다.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해 애플을 고객으로 잡지 못한 일본 기업들은 선발 업체들과 제휴해 앞다퉈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본 전자업계의 지형도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유다.
소니와 샤프는 24일(현지시간) 대형 LCD 패널 합작 사업을 끝낸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샤프와의 합작사 샤프 디스플레이 프로덕트(SDP)의 지분율을 7%에서 34%로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갖고 있던 지분도 6월말까지 매각한다.
패널 시세가 추락하면서 해외에서 더 싼 값에 조달할 수 있게 되자 굳이 샤프와 제휴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샤프도 아쉬울 것은 없다.
샤프는 지난 3월말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에 대주주 자리를 넘기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LCD 패널을 공동으로 생산키로 했기 때문이다.
샤프는 3월 끝난 2011 회계연도에 사상 최대인 3760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후 올해도 300억엔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샤프에 등을 돌린 소니는 파나소닉과 OLED 패널 양산을 위해 제휴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소니 역시 2011 회계연도에 4566억엔의 적자를 기록한만큼 흑자 전환이 급선무다.
지난 1월에는 삼성과 LCD 패널 합작 관계를 청산하고 이후 파나소닉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양사의 OLED 패널 생산 방식은 다르지만 각자의 기술을 절충하면 비용 부담이 크게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