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이 국내 중소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없을까. 정답은 ‘있다’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주요국을 비롯해 FTA 체결국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한다. 현재 FTA 협상을 진행중인 중국과 결실을 맺게 되면 이 비중은 60%까지 올라가게 된다.
영역확장 추세에 있는 FTA는 국내 중소기업에 다양한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대응이 이뤄진다면 FTA가 가진 효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한-EU FTA 때와는 달리 한-미 FTA에 대한 정부와 중소기업의 준비가 미흡해 두 주체가 느끼는 체감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위해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변화에 임하는 중소기업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지난해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부진으로 한국산 수입 수요가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7월 한-EU FTA 발효 이후 5개월간 EU의 대 한국 수입은 전년동기보다 8.5% 감소했다. 같은 기간 EU의 전체 수입이 7.9%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그러나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성과는 한-EU FTA 발효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작년 중소기업의 EU시장 수출증가율은 18.9%로 세계 전체 수출증가율(16.1%) 보다 높았다. 또 지난해 하반기 한-EU FTA가 발효된 이후 EU 수출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5월 0.15%에서 12월에는 0.20%까지 증가했다.
특혜관세 혜택품목의 경우 중소기업의 EU지역 수출증가율은 26.1%로 무혜택품목 9.9%보다 높았다. 특히 한-EU FTA가 발효된 작년 하반기의 경우 특혜관세 무혜택품목의 수출증가율은 1% 미만이었으나 혜택품목의 증가율은 17.5%로 조사돼 중소기업이 한-EU FTA 발효에 따른 특혜관세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다르다. 한-EU FTA에 비해 복잡하진 절차에 FTA를 통한 관세 인하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으로 인해 FTA 활용을 주저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이 한-EU FTA에 따라 EU지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인증수출자로 지정받아야 한다. 이에 정부는 인증수출자 지정을 독려한 결과 대상 기업중 86%가 인증을 받았다. 한-EU FTA의 수출활용율도 작년 7~10월 기준 59%를 기록해 발효 초기임에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미 FTA는 한-EU FTA와는 달리 특별한 서식 없이 수출자 책임하에 원산지 증명서를 자율적으로 발급해야 한다. 증명서는 영어로 만들어 4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사후에 원산지를 검증할때 잘못이 적발되면 특혜관세 혜택이 무효되고 추징금이 부과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한다.
품목별 인증서를 받는 것은 쉽지만 사후 이력관리와 회계에도 신경을 쓰게 되면서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영세한 2, 3차 협력사의 경우 FTA 활용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실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최근 1266개 국내 중소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미 FTA 활용의 가장 큰 애로사항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가 “원산지 증명서 발급 등 이용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소 수출기업들이 부담 없이 원산지 증명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체계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관세청과 기획재정부에서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과 ‘FTA닥터’사업 등을 진행중이나 중소기업들의 접근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