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17일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현황 및 해소 지분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의 해소를 위해 6조1665억원의 비용이 소요돼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몽구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한다고 하더라도 5조9874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현대중공업그룹(1조5763억원) △삼성그룹(7656억원) △영풍그룹(1799억원) △현대그룹 (322억원) △한진그룹(169억원) 등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비용 상위그룹에 속했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그룹들에 비해 순환출자해소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강화 움직임이 불편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정치권의 순환출자해소 요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 바람이 향후 경영권 승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현재도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이 미미하지만, 경영권 승계과정을 거치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내 주력계열사 보유현황은 더욱 적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구조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6.96%를 비롯해 현대차(5.17%), 현대제절(12.52%)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차와 모비스 지분은 아예 없고 기아차 지분 1.7%만 보유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인해 가장 충격이 큰 곳은 현대차그룹”이라며 “현재의 지배구조개선 뿐만 아니라 향후 경영권 승계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제개혁연구소는 현재 순환출자구조를 띠고 있는 주요 그룹들이 순환출자해소를 위해서는 총 9조4000억원대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재계는 순환출자해소를 위해 수십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주장을 통해 순환출자개선에 난색을 표했다.
경제개혁연구소 최정욱 연구원은 “순환출자해소를 위해 매각해야 하는 지분가치의 규모가 소수의 상위 그룹을 제외하고는 그리 크지 않았다”며 “순환출자를 허용하는 것은 일부 그룹의 지배주주가 자기 자금이 아닌 계열사 자금을 통해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하도록 방치하는 것으로 순환출자 금지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