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당수의 공공기관들이 이사회를 특급호텔과 고급 식당에서 개최하는 등 호화스런 회의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공공기관 알리오를 통해 국내 공공기관 100곳의 이사회 개최장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00여회의 이사회 중 27%인 81회가 외부 장소에서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들의 외부 이사회가 가장 많이 열린 곳은 서울시내 특급호텔이다. 강남의 한식당과 중식당이 차지하는 비율도 적지 않다.
문제는 모든 공공기관들이 버젓이 이사회를 열 수 있는 회의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화스런 장소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기관은 특급호텔내 최고급 연회장에서 이사회를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이사회를 특급호텔에서 개최하는 경향이 두드러 졌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매번 이사회를 서울시내 특급호텔에서 열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도 올해 열린 4차례의 이사회 중 1차례만 서면으로 실시했고 나머지는 조선호텔 최고급 일식당과 프레지던트 VIP룸에서 개최했다. 국립암센터도 3차례의 이사회 중 2차례를 조선호텔과 롯데호텔 아스토스위트에서 열었다.
국민연금공단도 올해 이사회 5회 중 4회를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했다. 이는 같은 부처 산하 유관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뚜렷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조찬을 겸한 이사회도 공단내 식당을 이용하고 있는 등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 외부 회의를 자제하고 있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가스기술공사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외부 이사회 비율이 높았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A중식당과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B중식당에서 올해만 4차례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올해 8차례의 이사회 중 3차례를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었다.
이에 대해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의견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외부 이사회가 많은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조찬을 겸한 이사회를 열다보니 외부 연회장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외부 이사회는 비용 문제도 있지만 회의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의견도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