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위를 떨치던 폭염이 끝자락에 선 요즘 과천 관가의 최대 화두는 물가다.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먹거리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식탁에 올릴 먹거리의 가격상승도 문제지만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더 큰 문제다. 작황 부진으로 공급이 줄고 수요는 증가하면서 가격폭등은 불 보듯 뻔하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기 ‘MB물가지수’를 만들고 서민살림과 밀접한 52개 주요 품목에 대한 집중관리를 자신했다. 그러나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와 달리 MB물가지수는 꾸준히 오름세다.
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52개 주요 생필품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약 70%에 달하는 36개 품목의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특히 파(70%), 배추(34.6%), 무·양파(20%) 등 식탁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상승폭이 컸다.
비단 올해만의 사정이 아니다. MB물가지수에 편입된 52개 품목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가 인상을 결정하는 공공서비스 부분을 제외하면 이들 농산물의 가격상승은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올해 폭염이라는 기후적인 악재는 가격상승의 주요인이다. 일찍 끝난 장마와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인한 고온 현상이 특징인 올여름 기후는 각종 농산물과 수산물의 가격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올해만의 사정은 아니다. 지난해의 고추파동과 2년 전의 배추파동도 기후적인 악재로 인한 가격폭등이 원인이었다. 하늘의 무심함을 탓하고 싶은 정책당국자의 심정을 이해할 만도 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은 이제 더 이상 특수한 상황이 아니다. 기상이변은 수차례 경고된 것으로 불가항력적이라기보다는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음을 탓해야 한다.
최근의 경기불황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외부적 악재의 영향을 받아 우리 경제가 L자형 장기침체의 위기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은 현상일 뿐이다. 본질은 외부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제체질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산물가격 폭등이 하늘 탓이고, 경기침체가 외부악재 탓이라면 경제정책이 무슨 소용인가. 돌발변수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이 수립되고 관리·운용되지 않던가.
정부는 매주 화요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안정적인 물가관리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선제적이라는 말과는 달리 대응방안은 늘 수습하기에 바쁜 뒷북 정책뿐이다. 특히 농수산물 관련 물가관리는 한 해 기상변화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마치 천수답에 기댄 농사꾼을 보는 듯하다.
정권 홍보를 위해서라도 안정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소위 MB물가지수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이처럼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 식 물가관리 때문은 아닌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