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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내 한켠에는 낯익은 프랑스 신사가 앉아있었다. 프랑수와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이었다. 분명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빼곡하게 승객들이 들어찬 이코노미 클래스에 그가 앉아있는 모습은 낯설었다. 그의 정장 깃에 오롯이 꽂혀있는 ‘르노삼성’뱃지를 확인하고서야 그가 프랑수와 사장임을 확신할 정도였다.
베이징을 향하던 당시 기내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원들이 비즈니스 석에 앉아있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 르노삼성을 대표하는 사장이 그것도 이코노미 클래스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이 이례적이었다. 결국 기내 복도에 쭈그리고 앉아 좌석에 앉은 그를 올려다보며 첫 만남을 시작했다.
짧은시간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사이 그에게서 프랑스인의 합리적인 성향과 성품이 고스란히 베어있음을 깨닫게 됐다. 예의바르고 정중한 말투,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과 몸짓 하나하나가 반듯한 그의 모습과 잘 어우러졌다.
그러나 당시 모터쇼에 새롭게 선보일 탈리스만(뉴 SM7)에 대한 대목에서는 주저없이 ‘판타스틱한 자동차’라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고 자신에 찬 어조를 이어갔다.
“이코노미 클래스에 앉아있는 모습이 조금 어색해 보인다”는 질문에 그는 전혀 어색하지 않게 대답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일정상 이 비행기가 가장 빨라서”
이후 두 번째 만남은 뉴 SM3 시승회에서였다. 그는 여전히 르노삼성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기대감과 확신 역시 어느 누구보다도 강했다.
비록 몇 번의 만남에 불과했지만 그에게서 프랑스 기업임원의 권위의식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국내 완성차 메이커의 대표라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성큼 밀어내고 다가서는 그는 여전히 한국과 소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그에게서 르노삼성의 위기탈출과 한국시장과의 소통을 기대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