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금융업계는 정부의 주장을 조목조목 따져들고 있다. 업계는 거래세가 도입될 경우 세수가 오히려 줄고, 투기 억제 효과도 없다는 것이다. 또 대만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지 않은 거래세를 들고 나왔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기(氣) 싸움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부의 주장에는 뭔가 모자란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자본’의 성격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자본은 국경을 따지지 않는다. 이런 특징을 감안하면 적어도 세수확충이라는 정부의 당위성은 깨지기 쉽다. 정부는 거래세 도입으로 1000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거래세를 도입하더라도 파생상품 시장에서 돌고 있는 자본들이 떠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자본은 굳이 자릿세를 내가며 대한민국에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 세금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는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 중인 중국의 CSI300선물시장이 한국시장의 커다란 위협요소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국 뿐만이 아니다. 최근 세계 증시의 동조화와 24시간 거래 확산 등으로 국가간 지수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아지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한국내 자본들이 거래시간대가 유사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싱가포르, 홍콩, 시드니 등 외국시장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파생상품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이 이탈하면 불공정거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작아진 시장에서는 일정 규모의 자본만으로도 시장을 흔들 수 있고 이에 따른 문제는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유사 상품이 외국시장에 상장될 경우 거래세 도입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조세형평성에 대한 당위성도 설득력이 강한 편이 아니다. 이미 시장에는 조세형평성에 어긋나는 과세 정책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최근만 보더라도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세금 혜택을 주는 정책을 내놨다.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더라도 시장에 긍정적인 선순환을 중요하게 생각한 대책들이다.
정부는 왜 유독 자본시장에서만 이런 선순환 프레임을 살리려고 하지 않을까.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따른 문제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우선 자본시장의 특성을 처음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자본시장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싶다면 더 많은 자본들이 국내에서 자리를 틀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맞다. 정부의 과세안보다 업계의 반론이 더욱 이해하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