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특허침해 판정으로 고전하던 국내기업들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특히 항소법원들이 미국 1심 법원의 보호무역주의 성격이 짙은 판결을 번복함에 따라 글로벌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청신호가 켜졌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22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신청한 ‘20년동안 전세계 아라미드 섬유 생산·판매금지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아라미드 섬유제품인 ‘헤라크론’의 생산·판매가 가능해졌다.
지난달 31일 미국 버지니아 동부법원은 코오롱이 듀폰의 아라미드 섬유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 향후 20년동안 전세계에서 헤라크론의 생산·판매를 금지토록 명령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번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기쁘다”면서 “항소심에서 1심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명확한 법률적 사실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램버스와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SK하이닉스도 램버스와의 특허소송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은 램버스가 악의적으로 불법적 증거파기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 양사가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로열티 조건에 대한 입장을 내달 중에 제출토록 명령했다.
미 법원은 2009년 3월 SK하이닉스가 램버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3억9700만달러의 배상금과 함께 향후 미국 내 매출에 대한 경상로열티를 지불토록 했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불법으로 증거자료를 파기한 램버스의 행위가 SK하이닉스의 방어권에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해야 한다며 1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로열티 조건이 인피니온·엘피다·삼성전자가 램버스에게 지불하는 로열티 조건을 기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SK하이닉스의 손해배상금은 원심 결정의 수준보다 현격하게 줄어 들게 되어 SK하이닉스의 재무 제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 2월 승소한 램버스와의 반독점 소송 역시 법리상 우위에 있는 SK하이닉스가 진행중인 항소심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면서도 “상급법원들이 국내 기업의 특허 및 영업비밀침해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유리하게 소송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