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 김민 팀장은 “2013년 국내 유통업계는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에 이어 물가상승률 수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려는 합리적 소비패턴의 증가가 예상되고, 인구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꼭 필요한 상품을 가까운 곳에서 소량 구매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13년 경기회복 지연과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대선 후 달라질 각종 규제 등의 영향으로 유통업계 성장률이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도 ‘2013년 소매유통업 전망조사’를 내놨다. 이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16.8%), 인터넷몰(10.9%), TV홈쇼핑(10.5%), 백화점(5.1%), 기업형슈퍼마켓(3.8%), 대형마트(2.1%)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 SSM 점포수 증가에 따라 2.7%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대형유통에 대한 규제 영향으로 올해 국내 소매시장 성장률은 4% 내외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상반기 홈쇼핑·온라인몰, 하반기 백화점 성장 = 올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영업 규제 강화로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몰이나 홈쇼핑으로 고객들이 이동했다. 2000년대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성장을 해온 온라인 쇼핑몰 업계는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며 내년에는 한 자릿수(9.8%) 성장률인 35조7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TV홈쇼핑 등을 포함한 무점포 판매의 2012년 매출은 37조6000억원 가량으로 37조3000억원 가량의 대형마트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되면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도 2~3년 안에 대형마트 매출을 넘어설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LTE서비스 가입자 증가로 모바일 쇼핑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오프라인 기반 업체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확대하면서 당분간 업계 전반의 성장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린아 BS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년은 업태 별로 상반기에는 홈쇼핑, 하반기에는 백화점의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저가 상품 선호로 홈쇼핑은 가장 안정적인 실적을 보일 것이며 백화점은 하반기 내수 부양의 결과로 소비가 진작되면 반등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오 연구원은 “SPA 매장(H&M, 유니클로, Zara, Forever 21, 에잇세컨즈)의 151개 중 52%인 79개가 백화점 내에 입점했다”며 “이는 SPA 매출의 반은 백화점이 흡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또 명품 및 고급의류 구입을 위해 백화점을 찾는 고객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는 “면세점과 온라인몰 성장으로 고객 이탈이 예상되지만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백화점 자체 온라인몰 사업을 확대하는 성장 전략을 펼치면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형마트 강제휴무가 월 3회로 늘고 밤 10시에 폐점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면 기업형 슈퍼마켓은 영업시간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통사들의 출점 확대 및 재래시장 상권 흡수 효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편의점은 내년에도 유통업계 최고 성장률인 11.5%를 기록하며 11조6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점포수 포화에 따라 성장세는 다소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페형 매장, 약국 병설형 편의점 등의 신개념 점포 개발과 생필품 확대, 배달 서비스 제공 등 근린업태로의 이미지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김경종 원장은 “내년 유통업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불황 속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고, 성장률이 높은 해외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