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IT] "무조건 보상해" 익명성 무기로 무차별 공격… 기업 ‘골머리’

입력 2013-01-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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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한 직장인 A씨는 화면에 조그만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해결책을 알아보기 위해 비슷한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A씨. 그는 가입한 커뮤니티에서 놀라운 얘기를 접할 수 있었다. 배터리 충전 중, 스마트폰이 폭발해 다쳤다며 상처를 사진으로 찍어 올린 사례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곧 거짓으로 드러났고 얼마 후 사진을 올린 가입자는 커뮤니티에서 영구 퇴출당했다. 커뮤니티 운영자가 ‘허위사실을 올리지 말라’는 공지 글을 올렸지만 이후에도 이러한 거짓 사례는 끊임없이 게재됐다.

최근 구입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피해를 입었다며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거나 거짓 피해를 통해 업체에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인 ‘블랙컨슈머’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10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314개사를 대상으로 ‘블랙컨슈머로 인한 기업피해 현황과 대응 과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중 무려 83.4%에 달하는 기업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거나 논리적으로도 지나친 고객들의 요구, 이른바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와 인터넷 실명제 폐지로 익명성이 보장된 무분별한 거짓 정보 공유가 이어지면서 업체들은 블랙컨슈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7일 서울남부지법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28)씨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씨가 지난 2011년 11월 LG전자의 옵티머스 마하 내비게이션 프로그램 업데이트 도중, 스마트폰이 폭발했다며 인터넷 게시판 등에 거짓 글을 올린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김 씨는 “국산 스마트폰 전원부 폭발 관련! 이젠 참을 수가 없네요” 등의 제목으로 수차례 게시물을 올려 사용자들을 현혹시켰다. 이로 인해 2011년 당시, LG전자 스마트폰은 인터넷에서 ‘폭티머스’ 또는 ‘폭마하’로 불려지며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LG전자는 인터넷 게시 글이 올라온 직후, 김 씨의 휴대폰 배터리를 수거해 폭발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정상적인 환경에서 사용 중 폭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영등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블랙컨슈머들의 활동은 비단 스마트폰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채선당 임산부 폭행 사건’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경우, 임산부였던 손님이 종업원에게 ‘배를 걷어차였다’는 거짓말을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려 채선당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은 임산부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쌍방과실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또 지난 2010년 인접해있는 동네 빵집 주인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P빵집의 매출에 타격을 주기 위해 식빵에 죽은 쥐가 들어있는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조작·유포한 사건도 있었다.

과거 블랙컨슈머들은 해당 기업의 민원센터에 직접 전화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협박을 통해 환불, 혹은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거짓 글을 올리는 경우가 상당수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온라인의 특성상, 해당 기업은 사실 조사에 나서지도 못한 채 이미지 손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인터넷 실명제 폐지로 인해 익명성을 무기로 무분별한 허위사실 유포 우려가 발생하면서 대기업 뿐 아니라 영세 온라인쇼핑몰 및 소셜커머스도 블랙컨슈머의 타깃으로 전락했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배송상품 뿐 아니라 서비스 딜에 대한 악성댓글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며 “특히 서비스 딜의 경우 대부분 음식점, 헤어숍 등 영세 가게에 몰려있어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랙컨슈머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안티’ 온라인 커뮤니티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모 포털사이트에 설립된 국내 대형업체 안티카페는 대략 80여개 남짓. 카페 운영자들은 상품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라는 목적이 일부 악덕 소비자의 소위 ‘도배글’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스마트폰 안티 카페 운영자는 “커뮤니티 이름은 ‘안티’지만 건전한 비판이 설립의 목적”이라며 “악성 글의 경우 운영진의 판단 하에 삭제하고 있지만 결국은 소비자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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