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강 혁 부국장 겸 산업부장 "삼성家 형제소송 이쯤에서 끝내라"

입력 2013-02-04 10:34 수정 2013-02-0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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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에 의하면 인류최초의 살인사건은 형제 간에 발생했다. 그 주인공은 카인과 아벨이다. 하나님이 아벨만 예뻐하자 형인 카인이 동생을 돌로 쳐 죽였다. 인간의 시기심이 태초에 하나 밖에 없었던 혈육을 영원히 갈라놓은 것이다.

이후 창세기에는 또 다른 형제간 갈등을 기술하고 있다. 이삭의 아들 야곱과 에서다. 형 에서는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팥 죽 한 그릇에 장자(長子)권을 판다. 장자권을 얻은 야곱은 눈이 어두운 아버지에게서 장자의 축복을 받는다. 결국 야곱은 아버지와 에서를 속이고 재산을 얻게 된 것이다.

형제는 묘한 관계다. 한 피가 흐름에도 불구하고 사랑보다는 시기, 싸움, 경쟁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구약성경이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에 형제를 등장시킨 것도 형제관계를 갈등의 관계로 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신(神)이 그렇게 만들어놔서 그런 것일까. 21세기에도 유독 형제간 다툼이 많다. 객관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그렇다. 재산과 경영권을 놓고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툭하면‘형제 송사’가 벌어졌다.

90년대 중반 롯데그룹은 형제간 불화로 큰 상처를 입었다. 롯데제과 부지 소유권을 놓고 형인 신격호 회장과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두 사람이 내건 명분은 땅이었지만 이 이면에는 한국롯데의 경영권이 있었다.

한화그룹도 형제간 분쟁이 이었다. 이 또한 경영권 다툼이었다. 당시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형인 김승연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소송을 제기했는데 다행히 소송이 시작된 지 3년6개월 만에 극적으로 화해했다.

현대가 장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의 회장 간의 갈등은 2003년 ‘왕자의 난’으로까지 비화됐다.

한진그룹도 2002년 고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이후 장남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그룹 회장, 4남인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유산상속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였다.

비단 이 뿐만 아니다. 두산그룹도 경영권을 놓고 이전투구식 싸움을 벌였으며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도 형제 간 소송전을 하고 있다.

지금 세간의 관심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씨 간의 4조원 대 상속소송이다. 여타 재벌 형제 싸움과 등장인물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비슷하다.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싸우는 형국이지만 그 발단은 경영권에 있다. 장남인 이맹희씨를 제치고 삼남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은 게 발단이었다.

2월1일 있었던 1차 공판에선 일단 이건희 회장이 웃었다. 법원은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일부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맹희씨 측은 이에 대해“수긍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후 의뢰인과 협의를 거쳐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현재로선 법정다툼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형제간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었으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면서까지 재산싸움을 펼칠까. 이맹희씨 또한 그동안 쌓인 앙금이 얼마나 많았으면 25년 전 벌어진 일을 이제 와서 문제 삼고 있을까.

사사로운 감정만 생각하면 두 형제가 대놓고 싸우는 것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보통사람들이라면 소송비용이 걱정되겠지만 두 사람에게 그것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 간판기업과 그 기업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은 유감이다.

최후 승자가 누가 되건 소송을 더 끌고 가는 것은 명분도 의미도 없다. 그렇다고 더 끌고 가봤자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가능성도 없다.

이런 마당에 형제 간 싸움이니 개의치 말라고 얘기하는 것은 대기업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다. 소송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겐 형제 간 사적인 감정은 결코 중요치 않다. 지금 세간엔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저럴까”하는 냉소적인 시각만 있을 뿐이다.

그날 공판에서 재판장은“지난 변론기일에 양측이 선대 회장의 유지에 대해 변론했던 기억이 났다”며“유지 중에는 일가가 화합해 화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재판장도 화해를 권고했으니 이쯤해서 명분 없는 싸움을 끝내는 것이 현명한 수순이다. 형제 간 싸움이 한결 같이 비극으로 끝났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재판부의 판단이 다를 수 있으니 항소를 해보겠다고 밀어붙이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씨는 이번 기회에 모든 갈등을 세월에 묻어버려라.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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