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인 ‘창조경제’ 의 모호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자 청와대가 뒤늦은 사태 수습에 분주해졌다. 핵심 경제정책 기조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경우 국정운영의 추진동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민봉 국정기획 수석은 여야에 직접 개념 설파하기로 했으며 박근혜 대통령까지 “창조경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직접 설명에 나섰다. 정부 출범 한 달을 넘긴 시점에서야 이뤄지고 있는 일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이 청와대 내부와 정부부처에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 설명을 시작했다"며 "창조경제 개념을 정리해 국회에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개념이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창조경제’는 박 대통령의 간판 대선공약이자 새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다. 하지만 그 개념의 모호성에 청와대, 여당, 정부부처가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으며 정확한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해 시작도 전에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여권 관계자는 “창조경제가 패러다임과 관련이 있어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개념을 명확히 정리해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청와대는 이달부터 매일 오전 열리고 있는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창조경제에 대한 정책 홍보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임명 후 부처 합동 국민 보고대회를 열어 국민의 이해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국정철학을 공유해야 할 여당마저 혼란스러워하자 박 대통령이 직접 개념 정리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은 전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창조경제는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면서 “창의성을 우리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연일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부처는 벌써부터 액션 플랜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업무보고에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창조경제 TF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하고 금융위원회와 함께 창조경제를 위한 예산·세제·금융 지원 방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아직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창조경제에 대한 지원책부터 쏟아내면 정책 효과도 반감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은 “창조경제는 지금까지 다른 패턴의 산업 발전을 지향하기 때문에 개념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와 학계, 산업계에서 실제 창조경제가 산업현장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융합을 이뤄낼 때 창조적인 시너지가 나올 것인가에 먼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