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5억원 이상 재벌총수와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일반에 공개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키로 의결했다.
재계는 이에 대해 ‘반기업 정서’만 키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재계는 그간 경영상의 비밀 등을 이유로 연봉 공개를 꺼리며 사업보고서에 등기임원 모두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만을 기재해왔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연봉을 받는 상장사 등기이사와 감사의 경우 개인별 보수를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인 박민식 민주당 의원은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의 통제권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기업들은 당장 내년 사업보고서 작성 때부터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재벌 총수는 물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재벌 2·3세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삼성전자 미등기임원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최근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로선 이번 개정안을 놓고 여야 사이에 큰 대립은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4월 임시국회 회기 중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 본회의를 잇달아 열고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재계의 반발이 심한데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대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막판 진통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연봉 상위 5명만 공개하고, 일본도 연봉 1억엔(약 11억5000만원) 이상인 자에 한해서 공개한다”면서 “이들 국가는 임원의 보수를 이사회에서 결정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주총회 의결 사항이라는 점에 비춰 봐도 이번 개정안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 공개로 경영 위화감은 물론 기업가 정신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사외이사 등 우수한 인재 영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단순히 정무위 차원에서만 논의할 게 아니라 당론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무위 소위에서 의결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대형IB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대형IB 라이선스를 취득한 증권사들은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 자금 대출, 비상장증권 직접거래, 프라임브로커(증권 대여, 재산 보관 등)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