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그 때 무슨일 있었나… 되짚어본 당시 상황은 ①

입력 2013-07-21 16:24 수정 2013-07-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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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달 4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가정보원 차장, 기획조정실장 및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등에 대한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 지난 5월 ‘윤창중’이라는 이름 석자로 온 나라가 들썩인지 두 달여가 넘었다. 정부 측 방미 인사로서 개인의 추문을 넘는 파장을 불러왔고, 이후 정부와의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많은 국민들은 정부가 강조해왔던 국격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상실감까지 맛봐야 했다.

이 글은 청와대의 발표와 지금까지의 언론보도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논픽션(Non-Fiction)’이다. 단, 아직 공식적인 수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내용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5월7일 저녁 9시 10분.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는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이 한창이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시간을 확인했다. 애초 9시에 끝나야 할 행사는 벌써 10분이나 지났다. 고개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찾았다. 아직 대통령은 초청 인사들과 환담을 하고 있었다. 만찬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윤 대변인은 이내 출구로 향했다.

◇그날 밤 호텔 바에서는 무슨 일이…‘운전기사 없던 10분’

“어디서 술 한잔할 수 없을까?”

리셉션 장소를 빠져나와 차에 올라 탄 윤 대변인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운전기사는 동승한 윤 대변인의 담당 인턴 A씨를 힐끔 쳐다봤다. 늦은 저녁 술자리가 혹여나 부담스럽진 않을까 걱정이었다. 걱정도 잠시, 운전기사는 숙소 인근의 W 호텔로 차를 몰았다.

윤 대변인과 A씨는 오후 9시 30분 W 호텔의 맨 꼭대기 층에 위치한 바(bar)로 올라갔다.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지하에 있는 와인 바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하의 J&G 와인 바로 들어선 윤 대변인은 중앙에 있는 긴 테이블로 걸어갔다. A씨는 윤 대변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운전기사는 윤 대변인의 오른편에 앉았다.

윤 대변인은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메뉴판에는 치킨 샐러드 18달러, 생굴 개당 3달러, 와인은 수십 달러에서 2000달러대까지 다양한 가격으로 준비돼 있었다. 이 자리에서 윤 대변인은 와인 2병을 주문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운전기사를 위해서 콜라도 3잔 시켰다.

시간이 얼마 쯤 흘렀을까.

“저는 잠시 화장실 좀.” 꽤 많은 양의 음료를 마신 운전기사는 화장실이 급한지 자리를 떴다.

운전기사가 자리를 뜨자 문제가 생겼다. 인턴 A씨에 따르면 얼큰하게 취기가 오른 윤 대변인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해왔다는 것. 후일 윤 대변인은 이 상황에 대해 격려 차원에서 허리춤을 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운전기사가 자리로 돌아왔다. A씨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과중한 업무에 부담이 크려니 넘겼다.

종업원이 영업 종료를 알리기 위해 다가왔다. 시곗바늘이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윤 대변인은 잔을 흘끔 봤다. 잔에는 아직 반 정도의 와인이 남아있었다. 이 모습을 본 종업원은 호텔 로비 소파에서 남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저는 먼저 차를 빼놓을 테니 이따 전화 주십시오.” 호텔 로비로 자리를 옮긴 뒤 운전기사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로비에 남은 두 사람은 10분 간 남은 와인을 마셨다.

◇호텔 방에서 윤창중은 나체로 있었나?

운전기사는 윤 대변인과 A씨를 태우고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돌아왔다.

“후문 말고 정문에 내려줘. 가이드는 1분 정도 있다가 내리고. 아, 내일 일정은 굉장히 중요하니 아침에 모닝콜을 잊지 말고 넣어야 해.”

정문은 기자들이 잘 출입하지 않는 곳이다. 윤 대변인이 차에서 내려 호텔 로비에 들어선 시각은 오전 12시 30분. 윤 대변인은 자신의 숙소가 아닌 호텔 2층에 있는 청와대 임시 행정실로 향했다. 이곳에서 윤 대변인은 현지 요원들과 술자리를 가지고 새벽 3시경 자신의 방이 아닌 호텔 밖으로 향했다. 일부 기자들은 2~3시간 후에 만취한 상태로 돌아오는 윤 대변인의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한편, 윤 대변인의 지시대로 잠시 시간 차이를 두고 차에서 내린 A씨도 자신의 호텔방으로 올라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바에서 있었던 일은 용납되지 않았다. A씨는 룸메이트인 주미 한국문화원 직원 B씨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한국문화원은 박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기간 동안 수행단을 지원하고 인턴사원을 선발, 파견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를 들은 B씨는 즉각 상부에 보고했지만 ‘중차대한 시기에 그냥 넘어가라’는 눈치의 답을 받았다. A씨는 기분이 상했지만, 무리해서 마신 와인 때문인지 잠이 쏟아졌다.

A씨는 오전 6시경 눈을 떴다.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켜보니 윤 대변인으로부터 부재중 통화가 4~5차례 있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걸까. A씨는 부랴부랴 윤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이 있으니 방으로 와라”

A씨는 이른 아침부터의 호출이 내키지 않았지만 욕설 섞인 질책에 그의 방으로 올라갔다.

‘똑똑’ 문이 열리고 A씨는 한 순간 공기가 출렁하는 것을 느꼈다. 당시 상황에 대해 A씨는 눈 앞에 윤 대변인이 나체로 서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울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A씨와 한 방을 쓰던 한국문화원 소속 여직원 B씨는 깜짝 놀라 자초지종을 물었다.

“문을 열었더니 윤 대변인이 알몸으로 서 있었어요. 그리고…”

격분한 B씨는 한국문화원 원장과 주미 대사관 관계자에게 즉각 이를 보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애매모호한 답변뿐이었다.

“안되겠다. 경찰에 신고하자.”

7시. 최병구 워싱턴DC 한국문화원 원장이 방으로 찾아왔다. 10여분 간 성추행 사실을 들은 최 원장은 잠시 뒤에 오겠다며 방을 나갔다.

7시 30분이 되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고를 만류하러 온 최 원장과 전광삼 청와대 홍보수석실 선임 행정관이었다.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한 방에 날려버릴 폭발력 있는 사안임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문 좀 열어봐요. 이번 일은 유감이에요. 우선 경찰에는 신고하지 말고 해결해봅시다.” 열어주지 않는 방문 밖에서 그들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B씨는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니요.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그들은 오전 8시 12분 911에 전화를 걸었다. 그로부터 18분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윤창중은 왜 한국행 비행기에 황급히 몸을 실었나?

8일 오전 7시. 이른 아침 지난밤 사건을 전해들은 청와대 홍보실은 발칵 뒤집혔다. 부랴부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A씨를 찾아갔지만 신고하겠다는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수행한 청와대 실무진은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윤 대변인부터 부르세요.”

실무진은 경제인 조찬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호텔을 나선 윤 전 대변인을 불러 진위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가 끝난 뒤 윤 대변인은 전광삼 선임 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일단 미국 경찰에 소환돼서 조사받는 수도 있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수사 공조 체제가 돼 있으니까 귀국해서 수사 받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판단해서 결정하십시오.”

전 선임 행정관은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이 수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조용히 이를 전달했다.

9시 30분경 이 수석은 윤 대변인과 영빈관 앞 도로에서 만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행사 직전이었다.

“일단 제 방에서 가서 기다리세요. 오전 11시면 끝나니 그때 얘기합시다.”

이 수석은 윤 대변인에게 자신이 묵고 있던 월러드호텔 방의 열쇠를 건넸다.

이 수석이 박 대통령의 합동연설 행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윤 대변인이 오후 1시 35분에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에 타기 위해 덜레스 공항으로 출발한 후였다. 이어 9시 54분 윤 대변인은 공항에서 티켓을 발권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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