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본격적인 ‘입법전쟁’에 돌입하면서 정부는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불발되면 가까스로 회복세에 접어든 경기가 다시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의 내년 성장률은 3.7%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수립하면서 관련법안의 통과를 전제로 예상한 3.9%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기획재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GDP 실질 성장률을 약 0.18%포인트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회복을 예단할 수 없는 점은 경제관련 지표 곳곳에서도 감지된다. 30일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9월 중 광공업 생산은 2.1% 하락해 지난 3월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2분기와 3분기에 1.1% 성장을 견인했던 소비가 9월에는 -2%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또한 전월 대비 4.1%, 전년 대비 9.1%씩 뒷걸음질하며 경고음을 키우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4·1대책과, 8·28 대책 발표 이후 후속 입법이 지연되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시장에는 법안 통과 지연시 거래절벽 등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적용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에 관련된 ‘소득세법’을 포함해 ‘조세특례제한법’, ‘법인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 5건이 있다.
여기에 정부의 재정여건도 경기회복에 개선여부가 달려 있다. 갈수록 세수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기가 침체돼 세수가 줄어들고 정부재정의 역할이 줄어들면 다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악순환이다. 반대로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여건이 좋아져 재정여력도 커진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경제관련 법안 통과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크다. 박경귀 한국정책연구원 원장은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회의 입법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의 정책 약효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앞으로 정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하루빨리 국회가 민생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 뜻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