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이 18일째 이어지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현실화됐다. 시멘트·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산업계는 ‘초비상’ 상황이다.
26일 국토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철도파업으로 발생한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무려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역대 최장 기간(9일간) 파업이 일어났던 2009년 당시 추산한 피해액이 5000억원이었다”며 “현재 파업기간이 두 배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사회적 손실액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의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 이후 노조는 더욱 격앙됐고, 정부와 코레일도 강경 대응 방침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5일 서울 수색동 차량기지를 찾아 “국민의 발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철도 경쟁체제 도입 계획을 더는 수정하거나 미룰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철도노조가) 경쟁으로 인해 자신의 고비용, 비효율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면서 정부의 민영화 추진을 이유로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코레일 부채를 줄이기 위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사 양측의 이 같은 힘겨루기에 따른 피해는 산업계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화물열차 운송 차질로 시멘트·건설·물류 업체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수출업계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시멘트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시멘트협회는 26일 “철도노조의 파업 개시 후 이달 23일까지 시멘트의 철도 수송이 평상 시 대비 20% 수준으로 급감한데다 주연료인 유연탄과 슬래그 등 부자재 수송도 거의 못하고 있다”며 “생산·출하 차질(15만5000톤)과 대체 수송(13만7000톤)에 따른 물류비가 계속 증가해 총 120억원(22일 기준)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건설 현장에서 하루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건설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성토했다.
시멘트 수송 차질로 건설 업체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시멘트 공급이 지연될 경우 연말까지 계획했던 공정률을 맞추기 어렵고, 결국 분양이 늦어져 유동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멘트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의 장기화가 기업의 재무구조 부실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수출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납기일은 거래처의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물류 차질은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파업이 일부에 국한돼 있지만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