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2일 “박근혜 대통령은 개각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일부 장관 교체설을 급히 진화하고 나섰다.
신년을 맞아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개각 문제가 수차례 제기돼면서 행정부가 흔들릴 우려가 커지자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의 뜻을 전한 것이다. 하지만 같은날 국가공무원 인사를 관장하는 기관인 안전행정부 장관은 각 부처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혀 대조를 이뤘다. 국무총리실 1급 공무원들이 일괄사표를 내면서 고위공무원의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3일 국정의 실질 권한을 갖고 있는 내각 수장들의 교체는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여론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실적부진의 책임을 사장 대신 부서장에게 묻는 격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역대 정권도 집권2년차 전후에 개각을 한뒤 새 장관 중심으로 고위직 인사를 진행해왔다.
이 바람에 박근혜 정부가 ‘개각이 국정 실패를 자인하는 듯한 인상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개각 이후 치러야 할 인사청문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등의 섣부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책임장관제’를 실천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언과도 거리가 먼 청와대의 성급한 진화 행보에 혼란만 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최근까지 대선 공약인 책임총리·장관제를 실현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지난 2012년 대선 후보시절 펴낸 공약집에서 “예산·인사·조직에 대한 권한을 각 부 장관에게 실질적으로 위임해 ‘책임장관제’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23일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각 부처에서 추진되는 일자리 정책과 성과를 부총리께 보고하고 부총리는 그 결과를 모니터링해 정기적으로 보고해 달라”며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재신임을 피력했다.‘경제컨트롤타워’로서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며 현 부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권의 요구를 일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철도노조의 불법파업 사태를 맞으면서 특정 장관의 이름까지 거론되며 개각설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장관들이 철도 파업을 남의 일 보듯 한다”며 주무부처의 미숙한 대응에 대해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대통령도 내각에 대해서 직접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총리실 1급 공무원들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가에도 개각을 통한 쇄신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해졌다.
청와대가 비서실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개각 의사가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당장 개각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일단 총리실 1급 공무원 일괄 사표를 받은 만큼 한 고위 공직자 물갈이를 통해 집권 2년차 국정 다잡기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는 관측이 크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국정 분위기를 쇄신하고 향후 국정과제 추진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 결국엔 개각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