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한 설 경기] 전통시장 상인의 한숨…“설 대목 잊은지 오래”

입력 2014-01-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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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회 할인경품행사로 손님몰이

▲23일 오후. 종로구 광장시장 입구에 위치한 먹자골목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설 대목을 대하는 제수용품점 앞은 손님들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다.

청마의 해를 여는 구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23일 오후. 서울 시내 재래시장들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추운 날씨와 함께 예년과 같지 않은 경기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대목을 준비하느라 조금은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10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최초의 상설시장이다. 제사용품 등은 물론 온갖 먹을거리가 유명하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가 코 끝을 맴돌았다. 전 집을 운영하는 최모(38)씨는 “아직은 주문이 밀리지 않지만 20일을 전후해 예약이 몰려들 것”이라며 “상인회 차원에서 각종 할인과 경품 증정 등의 행사로 손님을 끌어모은다고 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비교적 규모가 큰 광장시장에서는 상인들 내에서도 양극화된 경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시장 초입 상인들은 붐벼대는 손님들 사이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정작 설 대목을 기대하는 제수용품점 상인 대부분은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건강식품류를 판매하는 김모(60)씨는 “설 대목은 옛말”이라면서도 “그래도 구정 명절은 시장상인에게 최대의 대목”이라며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바로 옆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양모(63)씨는 “하루 10시간을 꼬박 일해서 한달 100만원 남짓 번다. 정작 장을 보는 손님들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종철 시장상인총연합회 사무국장은 “상인회 차원에서도 지원책을 고심하며 각종 행사를 열고있지만 역부족이다. 시장이 살려면 서비스 및 친절도를 높여야 하는 만큼 상인들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광장시장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후암시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썰렁한 상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아파트와 주택단지가 즐비했지만 시장안 골목은 한산했다.

입구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강모(46)씨는 “작년에도 설 대목에 손님이 없어 힘들었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못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후 7시 30분이 되자 곳곳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상인들이 눈에 띈다. 팔다 남은 생선을 냉장고에 넣던 서모(52)씨는 “손님만 더 있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장사를 하겠지만, 날이 조금만 어두워져도 인적이 드물다”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경동시장도 마찬가지였다. 김태인 전 상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손님 대부분이 노인들인데 오늘처럼 추우면 그마저도 시장을 찾기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김 사무국장은 “시장골목이 북적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상인들에게 휑한 골목만큼 가슴이 아린 풍경은 없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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