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과 일본의 역사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새삼 안중근 의사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3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도 안 의사는 단연 화두였다. 시 주석이 “하얼빈의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을 직접 지시했다”며 양국의 따끈따근한 관계를 과시하자 박 대통령도 “안 의사 기념관은 한ㆍ중 우호협력의 상징물”이라고 화답한 것.
일본은 두 정상의 안 의사 언급에 발끈하고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중국이 일방적인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은 지역 평화와 협력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핏대를 세웠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한국ㆍ미국ㆍ일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3국 협력구도에 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허무맹랑한 해석까지 했다.
이렇게 정상회담을 현실을 왜곡해 공박하는 동시에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한ㆍ중 정상회담이 열린 날 아베 총리가 안네 프랑크 박물관을 방문해 겸허하게 과거사를 반성했다는 사실을 입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그러나 죽은 안 의사를 부활시킨 것은 사실 아베 총리다. 중국은 일제에 저항한 안 의사에 긍정적이었지만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기념사업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 등 일본 지도자들의 역사를 잊은 해괴 망측한 망언에 중국은 방향타를 틀고 시 주석이 친 안 의사 발언을 한 것이다. 또한 지난해 박 대통령이 하얼빈에 안 의사 기념 표지석을 설치할 것을 제안하자 중국은 한술 더 떠 이를 기념관으로 격상했다.
역사는 두 손으로 가린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진정으로 이웃국을 일본 트라우마에서 해방시켜 올곧이 미래를 향해 함께 걷는 동지로 만들려면 역사의 진실을 잊으라고 촉구할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