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사과와 함께 ‘국가안전처’를 신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참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예방해 위급한 상황에서 부처간 혼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재난특공대’를 만들어 유형화된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면피용으로 제시된 기구가 제대로 된 업무통합 없이는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에 문제점으로 지적된 재난안전의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는 전담부처를 설치해 사회 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간 업무를 총괄조정하고 지휘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개편 작업이 빠르게 실시될 전망이다. 국가안전처가 생기면 국무총리실 관할 법제처, 국가보훈처,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4처를 이루며 행정 부처는 17부·4처·17청으로 개편된다. 국무총리실 주도로 이뤄질 이번 개편작업은 총리실의 안전정책관실과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본부(안전정책국 등 3개국), 소방방재청 등에서 담당하는 자연재해와 사회재해 업무를 통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모든 재난관리를 소방방재청이 총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같은 제도를 분산시켰다. 결국 5년만에 원점으로 회기한 셈이다.
국가안전처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비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무능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을 거울삼아 재난 전문가로 구성될 전망이다. 소속 공무원은 순환보직 시스템 대신 해당 부처에서만 근무하며 재난 전문성을 키우고 필요에 따라 외국인 전문가도 채용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예산안과 인력 구성 규모 등은 미정으로 향후 정부조직개편안이 짜여지는 과정에서 점차 윤곽이 잡힐 예정이다. 재난안전처장은 사고 현장에서의 관련 부처를 총괄적으로 지휘하고 부처간 유기적 협업을 지시해야 하는 만큼, 최소한 장관급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설립 과정에서 정치권의 진통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장기적 안전규제 강화 마련에 치중했기 때문에 정부조직개편 입법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예산을 비롯해 규모와 역할, 구성원 등을 두고 여야간 치열한 줄다리가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