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돈으로 나만의 아이템 만들어
‘꾸미기’가 MZ세대 소비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패션업계가 ‘별다꾸’(별걸 다 꾸민다는 뜻)족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토핑경제(Topping Economy) 트렌드에 따라 꾸미기에 활용하기 좋은 액세서리 등 인기가 해를 넘기고도 지속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29CM에서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1월 18일까지 3개월간 키링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8% 급증했다. 인형 키링은 28%, 미니 가방 형태의 파우치 키링은 173% 거래액이 늘었다.
토핑경제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5’를 통해 제시한 올해의 소비 트렌드다. 피자에 원하는 토핑을 얹듯이, 소비자가 제품에 자신의 취향과 따라 기능과 옵션을 추가하는 것을 말한다.
김난도 교수는 ‘표준화 경제’에서 차별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토핑경제’로 시장이 진화했다고 판단했다. 최고의 상품보다 최적의 상품이 소비자를 더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토핑경제로의 전환 이유로 “소비자가 소속과 차별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들이 가진 건 나도 가져야 한다는 소속감과 남들과 다른 나를 표현하고 싶은 차별화 욕구가 동시에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을 나타내는 보편적인 방법인 패션에서는 토핑경제가 ‘백꾸’(가방 꾸미기)와 ‘신꾸’(신발 꾸미기)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성품에 다양한 장식을 달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아이템으로 꾸미는 패션 DIY 열풍이 불었다. 특히, 가장 도전하기 쉬운 백꾸 인기가 지속하고 있다. 가방에 키링, 스트랩, 파우치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달아 새로운 가방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떼 바네사브루노 액세서리는 백꾸 트렌드에 탑승해 르봉백 등 대부분의 원단백에 미니 파우치를 매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방에 달 수 있는 ‘셀르 카드 지갑’은 출시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 진주와 리본 장식의 ‘플라워 키링’, 큐빅과 비즈, 스트링 등으로 만든 ‘플라워 트럭 키링’ 등 백꾸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도 출시 중이다.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피브레노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방을 선보이면서 백꾸를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광화문 오프라인 매장 전체를 백꾸 콘셉트로 운영한다. 지난해 말 CJ온스타일에서 진행한 판매 방송에서는 키링 소품을 활용한 백꾸 코디를 선보이면서 매출의 10%가량이 백꾸로 매칭한 소품으로 채워졌다.
백꾸가 주로 키링 등을 가방에 매다는 것이라면, 신꾸는 주로 배지나 리본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신꾸의 원조는 크록스다. 크록스는 신발 위쪽에 뚫린 구멍에 꽂아 장식할 수 있는 ‘지비츠 참’을 판매하면서 자신만의 크록스를 꾸밀 수 있도록 한다. 크록스 전체 매출 중 지비츠 참 매출 비중은 2023년 기준 17%에 달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백꾸와 신꾸 열풍은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노력으로 새로운 제품을 팔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나만의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계속되는 경기 불황과 고물가 상황 속에 원래 갖고 있던 패션 아이템에 작은 포인트를 추가해 완전히 다른 아이템처럼 활용하는 것이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 높은 소비로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