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가 3주째로 접어든 지난달 30일. 수학여행길에 나섰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야 했던 어머니 A 씨는 겨우 심신을 추스르고 자식의 스마트폰을 해지하기 위해 모 통신사의 대리점을 찾았다.
“세월호 사고로 자식도 잃고 스마트폰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A 씨의 질문에 통신사 대리점 측은 “아직 2년 약정이 끝나지 않았으니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라고 사무적인 답변을 했다. 스마트폰을 분실했고, 약정 기간이 남아 있으니 위약금을 내야 하는 것은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대리점 측의 주장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단원고 주변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온라인과 SNS까지 관련 글이 올라왔다. 대리점 측의 입장이 정당하다는 주장과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대형 참사에 통신사가 잇속만 차리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통신사는 이날 오후 ‘세월호 피해 가족 통신비 감면’이라는 보도자료를 부리나케 발표했다. 통신사 측은 발표문을 통해 “세월호 피해 유가족들의 민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있어 관련 내용을 공지한다”며 “유관기관으로부터 세월호 탑승객과 그 가족의 명단을 받아 올해 4월, 5월 청구금액 전체를 자동감면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탑승객 잔여 단말기 할부금 면제 △무사귀환 고객의 파손(분실) 기기 무료 변경 등의 지원계획도 발표했다.
통신사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 뒤 “현재 세월호 관련 요금감면 등의 지원조치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미래부가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내일(1일) 오전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추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실제 미래부는 다음 날인 이달 1일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통신비, 위약금 및 잔여할부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한편 미래부와 이통3사는 당초 어린이날부터 석가탄신일로 이어지는 5월 연휴 이후 이 같은 내용의 지원책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갑작스러운 모 통신사의 대응으로 발표 시기를 일주일가량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