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에 이어 층간흡연으로 인한 문제가 제기돼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웃 간 감정이 격해지면서 싸움으로 번지는가 하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아래층에서 흡연을 할 경우 담배 연기가 올라와 위층에 사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게 층간흡연이다. 그런데 이로 인한 피해 강도가 층간소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층간흡연 실험 결과를 보면 그 위해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환경과학원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틀고 흡연을 해도 위·아래층으로 5분 안에 담배 연기가 퍼진다고 밝혔다. 그 연기 속에는 니코틴·카드뮴·납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이 들어 있단다. 심지어 담배 유해물질은 입자가 작아 20시간 이상 공기 중에 떠다녀서 닫힌 방(24㎥ 기준)에서 담배를 2개비만 피워도 지하철 승강장 수준으로 공기가 오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의 가족은 물론 이웃까지도 간접흡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 본다. 담배는 ‘피는’ 걸까, ‘피우는’ 걸까. 신문이나 잡지, 방송 등에서 ‘담배를 피다’라는 표현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우리말에 어긋난 것이다. ‘피다’는 ‘꽃봉오리 따위가 벌어지다’, ‘연탄이나 숯 따위에 불이 일어나 스스로 타다’ 등의 뜻을 지닌 자동사로 동작이나 작용이 주어에만 미친다. 따라서 ‘담배를(목적어) 피다’처럼 목적어를 취할 수가 없다. ‘꽃이(주어) 피다’고는 하나 ‘꽃을(목적어) 피다’고 쓰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반면 ‘피우다’는 타동사로 ‘어떤 물질에 불을 붙여 연기를 빨아들이었다가 내보내다’, ‘재롱, 게으름, 바람 등의 행동이나 태도를 나타내다’ 등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다’, ‘재롱을 피우다’, ‘게으름을 피우다’, ‘바람을 피우다’ 등으로 써야 바르다.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년) 시인은 담배를 ‘망우초(忘憂草)’라 칭했다. 세상의 근심·걱정을 잊게 해 주는 풀이란 의미다. 누군가는 한 번 입에 댔다 하면 헤어날 수 없다 하여 ‘상사초(相思草)’라 불렀다. 스트레스 해소 등 담배가 백해무익한 것만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층간흡연과 관련해 해결 방안이 시급한 건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 가족이 누군가 피운 담배로 인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당한다면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정부의 대책 마련과 더불어 남을 배려하는 문화, 의식이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 정해진 장소가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지금 당장 담뱃불을 끄자.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