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데
어떤 아저씨가 내 속으로 들어왔다
먼 길을 걸어왔는지 바람의 냄새가 났다
아저씨는 바퀴처럼 닳았다
그래도 아저씨는 힘이 세다
아저씨라는 말 속에는
모든 남자들의 정처(定處)가 들어 있다
어두워지는데
어디서 본 듯한 아저씨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더 갈 데가 없었는지
제집처럼 들어왔다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이 작두날 같은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젖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
내가 한 철인제 북천 조용한 마을에 살며한 사미승을 알고 지냈는데어느 해 누군가 슬피 울어도 환한 유월그 사미는 뽕나무에 올라가 오디를 따고동네 처자는 치마폭에다 그걸 받는 걸 보았다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바람이 다 집어먹고흰 웃음소리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북천 물소리가 싣고 가다가돌멩이처럼 뒤돌아보고는 했다아무 하늘에서나 햇구름이 피던 그날은살다가 헤어
유월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까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너의 이파리는 푸르다
피가 푸르기 때문이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잎 뒤에 숨어 꽃은 오월에 피고
가지들은 올해도 바람에 흔들거린다.
같은 별의 물을 마시며
같은 햇빛 아래 사는데
내 몸은 푸르고
상처를 내고 바라보면
나는 온몸이 붉은 꽃이다.
오월이 가고 또 오면
언젠가 우리가 서로
몸을 바꿀 날이 있겠지
그게 즐거워서 너에게 편
봄을 기다리며
겨울산에 가면
나무들의 밑동에
동그랗게 자리가 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자신의 숨결로 눈을 녹인 것이다
저들은 겨우내 땅 속 깊은 곳에서 물을 퍼 올려
몸을 덥히고 있었던 것이다
좀 더 가까이 가 보면
잎이 있던 자리마다 창을 내고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어디선가 “봄이다!” 하는 소리가 들리면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바람의 딸’로 잘 알려진 한비야 씨는 2007년에 ‘열아홉 살 청춘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내 자식을 낳기 힘들게 됐지만 물리적 유전자 대신 사회적 유전자를 남기고 싶어!”(한겨레신문)
가부장제가 공고하던 18세기 ‘사회적 유전자’를 남긴 여성이 있으니 그 이름은 임윤지당(1721~1793)이다.
윤지당 일생에 큰 영향
“책을 펼치는 순간 김소월이 살았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 각 서점 베스트셀러에 깜짝 등장한 소와다리 출판사의 오리지날 시리즈를 읽은 한 독자의 평이다.
최근 소와다리가 초판본을 복간해 출간한 윤동주의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가 각 서점 베스트셀러에 진입해 화제가 됐다. 이 책은 한국출판인회의가 대형서점 3곳과 인터넷서점 3개사, 지역서점 1
삼학년의 시가 화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학년의 시'라는 제목으로 사진 한장이 게재됐다.
공개된 '삼학년의 시' 사진은 중앙일보 '詩가 있는 아침'에 실렸던 박성우의 시 한편이 담겨 있다.
시 내용에는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어서 돌발행동을 한 학생의 경험담처럼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정말 시가 그야말로 실화다"
봄이 저만치 손끝에 걸려 있다.
올듯 말듯 망설이면서도 봄은 ‘시냇물이 흐른다/재잘거리는 새떼/반짝이는 호수/푸른별은 햇볕속에서 잠이 들었다’(3월의 노래-윌리엄 워즈워스). 대지가 푸르르기전에 우리는 이미 봄기운을 느끼고 있다.
봄은 때로 소리로 온다. ‘먼산을 넘나들던 종다리 종종거리며/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나른한 봄기운에/봄소식 알리고 삐비-종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詩)'가 스위스의 제25회 프리부르 국제영화제(FIFF)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FIFF 사무국은 19-26일 열린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출품된 10개국 12개 영화 가운데 한국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가 최고의 상인 `금 시선(金 視線 Regard d'or)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26일 오후(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詩)'가 25일 프랑스 전역에서 개봉된다.
23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주인공 윤정희의 16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시'가 오는 25일 MK2 비블리오테크 극장을 비롯한 전국 30개 영화관에서 동시 개봉한다.
이창독 감독이 다섯 번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