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간 슬픔으로 우리 기억의 짐을 무겁게 하지는 마십시다.” “가슴의 기억은 나쁜 기억을 지우고 좋은 기억은 과장하는 법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짐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 “어머니가 걸핏하면 화를 내는 주정뱅이 아버지를 수십 년 견딘 비결은 기억력이 아니라 망각력을 발달시킨 덕분이었다.”
제일 앞 문장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 ‘
발아래 땅이 꺼지면 어떻게 될까? ‘싱크 홀(Sink Hole)’ 사고를 연상하면 될까? 걷거나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땅이 꺼져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 우리를 덮칠 공포는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하다. 싱크 홀의 구멍이 깊어 떨어지는 시간이 길수록 공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여러 종교가 전하는 숱한 지옥 중 ‘무저갱(無底坑)’이 제일 무서운
안 그래도 말 많아 시끄러운 사회가 유튜브 때문에 말이 더 많아지고 혼탁해지자 소위 유튜브 스타들이 진짜 속이 찬 사람인지, 약장수에 불과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인지 대중이 알 수 있도록 공중파 방송 같은 매체에서도 마음껏 떠들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이준웅 교수가 며칠 전 한 신문 인터뷰에서 내놓은 주장이다. “유
영국의 2파운드짜리 동전 테두리에는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영국이 우리 돈 약 3000원에 맞먹는 이 동전에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를 새겨놓은 것은 자기 나라 출신으로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뉴턴(1642~1727)과 무관하지 않다. 뉴턴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물리학적 발견을
우리 나이로 올해 팔순인 ‘국민배우’ 최불암 씨는 오랜 연기 생활 동안 영화는 별로 찍지 않았다. 그의 연기와 인기라면 영화 출연 섭외가 줄을 이었을 텐데 영화는 외면했다. 오래전, 그는 “왜 TV 드라마만 하세요? 스크린은 싫으신가요?”라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TV로 충분합니다. 내가 영화까지 하면 다른 배우들의 기회가 줄어듭니다”라고 대답했다.
우리는 ‘숙성(熟成)의 민족’이다. 숙성의 민족이 안 될 수가 없다. 식당의 된장 간장 고추장은 오랜 세월 숙성이 기본이고, 돈 좀 벌었다는 ‘맛집’은 여러 해 숙성한 묵은지로 찌개를 끓이거나 찜요리를 한다. 언제 어떻게 먹어도 맛있을 쇠고기도 “편백나무로 만든 숙성고에서 30일에서 70일쯤 드라이 에이징 기법으로 숙성한 것이 월등히 맛나다”고 미식 평론가
마지막으로 웃은 게 언제였나. 사람들은 아까운 목숨을 스스로 끊고 있고, 어처구니없는 사건·사고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서 우리는 사기(士氣)를 잃고 있다. 자신감 사라진 국민이 되고 있다. 강추위가 오기 전에 우리 마음이 먼저 식었다. 사기가 높으면, 자신감이 불타오르면 굶주려도 추워도 이겨나간다는데 그 어느 것도 없다. 더 춥고 더
지금 나라꼴은 제방에 구멍이 뚫려 물이 콸콸 새 나오는 형국이다. 살림살이는 나날이 고달파지는데 대통령은 “물 들어오니 노 저어라”라고 실상과는 동떨어진 말로 가슴을 찌른다. ‘백두(白頭)칭송위원회’를 만들어 김정은을 환영한다고 나선 것도 모자라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팬클럽을 공개 모집합니다.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소리치는
1983년 미국 LA에 파견됐을 때 GM의 1980년식 중고 말리부 왜건을 샀다. ‘말리부(Malibu)’는 할리우드 톱스타나 유명 가수 등 부자들의 ‘럭셔리’한 별장이 바다를 따라 늘어서 있는 LA 서쪽 해변 동네다. 그들이 단골로 다니는 호화로운 식당과 클럽도 즐비했다.
하지만 자동차 말리부는 고급 브랜드가 아니었다. 캐딜락, 뷰익, 올즈모빌,
◇가보지 않은 여행기/정숭호 지음/HMG 퍼블리싱/1만3000원
가보지 않고 쓴 여행기라니. 불가능할 것만 같은 일을 해냈다. 저자는 '상상의 촉수'를 뻗쳐 오대양 육대주를 자기 눈앞에 끌어다 놓고 인문학 여행기를 썼다. 책에 소개된 여행지들은 저자가 소설, 여행기, 자서전 등 다양한 책에서 '한 번은 가봤으면'하고 마음먹은 곳들이다.
책은 여행
마침내 청와대에서 ‘연착륙’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23일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입을 통해서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끝난 후 경제보좌관은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 후 산업현장에서 제기되는 여러 우려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연착륙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나에게 새로운 게 남에게도 새로울 수는 없고, 나에게 좋은 게 남에게도 좋을 수는 없음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나에게 새롭고 좋다고 해서 그것을 동네방네 알리겠다고 나서는 게 좋지 않은 것도 압니다. 그런데도 엊그제 알게 된 ‘대설국욕(大雪國辱)’, 이 네 글자의 뜻과 유래는 더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설국욕’은 ‘나라의
인기 높은 연속극 ‘미스터 션샤인’을 재미나게 보고 계시다면 ‘운미 회상록’도 읽어 보세요. ‘미스터 션샤인’과 마찬가지로 나라 꼴이 슬금슬금 어지러워지다가 어느 날 폭삭 망해 버린 구한말에 관한 김원우의 소설(2017.5)입니다. 임오군란(1882), 갑신정변(1884), 청일전쟁(1894), 을미사변(민비 시해, 1895) 등 말도 안 되는 기막힌 사건
황개(黃蓋), 황충(黃忠), 엄안(嚴顔)은 삼국지에 나오는 늙은 장수들이다. 이 올드 보이 세 명이 내 기억 저 아래에서 뛰쳐나와 자기들 이야기를 좀 써보라고 부추겼다.
황개는 오나라 장수다. 창업자 손견과 그의 장남 손책, 둘째 아들 손권까지 3대를 내리 봉사한 노신(老臣)이다. 그의 인품과 활약은 삼국지 적벽대전(赤壁大戰) 장면에 나온다. 조조의
지하철 경로석에서 스마트폰으로 프로야구를 보는 노인, 여러 색깔 사탕과 과자와 하트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게임을 하는 노인들을 보다가 4편까지 나온 ‘매드 맥스 시리즈’ 5편을 만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매드 맥스 시리즈’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만든 ‘디스토피아가 된 지구를 지키는 반(反)영웅 이야기’다. 설정이 그럴듯한 데다 액션이 ‘빵빵’하고 남녀 주연
정의당 국회의원 노회찬의 죽음에 관해 쓴 한 칼럼에 그가 ‘눈물 렌즈’로 세상을 봤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있었다. 칼럼에 따르면 ‘유신 반대 유인물을 돌린 경기고 학생 노회찬’은 그 무렵 씨알 함석헌(1901~1989)을 찾아갔는데, 씨알은 그에게 “눈에 눈물이 어리면 그 렌즈를 통해 하늘나라가 보인다”고 말해 줬다고 한다. 바로 뒤 문장은 “노회찬은 여성·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 자동문으로 나가려는데 우리 동 청소를 맡은 할머니가 갑자기 나타났다. 다급하게 “이거 좀 봐 주세요”라며 연필로 꾹꾹 눌러쓴 작은 쪽지를 내민다. “304동 미화원입니다. 다름 아니라, 엘리베이터 앞에 매일 애완견 오물이 있습니다. 닦는다고 닦지만 여름이라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요. 어제도 두 시간 동안 세제로 문질렀는데도 어떤 분이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한 뉴페미니스트들(뉴페미)의 대학로 시위 기사를 읽다가 ‘미러링’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내가 읽은 기사는 이렇게 되어 있다.
“뉴페미의 가장 대표적인 운동 방식 중 하나는 ‘미러링(Mirroing)’이다. 여성 전체를 싸잡아 조롱하던 남자들의 언어를 반대로 비추는 거울처럼 비틀어 보자는 취지다. ‘이래서 남자는 밖에 다니면 안
인구 33만 명의 소국 아이슬란드는 더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겠다. 거기 다녀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칭찬 일색인 데다 이번 월드컵 축구에서 다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니 하는 말이다. 다녀온 사람들 칭찬은 이런 거다. “빙하와 얼음산이 너무 아름다워요.” “공기가 정말 맑아요.” “물도 깨끗해요. 수도 레이캬비크 복판 개천에는 연어가 뛰어놀아요” “집들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