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방송의 핵심인 700㎒(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사용권을 둘러싼 지상파, 통신사, 케이블사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방송용으로 남은 유일한 대역이 700㎒라고 주장하는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700㎒가 없으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맞서고 있다. 케이블 업체는 지상파와의 방송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UHD방송 송출권을 달라는 입장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700㎒ 주파수의 향방은 일단 UHD 방송용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이후, 700㎒는 UHD 방송과 국가재난 방송용으로 쓰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 역시 2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 위원장의 의견에 적극 동의하며 힘을 실어줬다.
방송사 측은 여기에 힘을 얻어 차세대 방송의 특수성과 공익성을 내세우며 공세를 펴고 있다. 지상파 UHD 전송방식은 이미 상용화된 ‘DVB-T2’라는 방식을 활용하게 될 전망인데, 이 방식을 사용하면 별도의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고 내장 안테나만으로도 UHD방송을 누구나 수신할 수 있게 된다. 즉 지상파 UHD 방송이 실현되어야만 유료방송 매체를 통한 UHD 시청자와 경제적 취약계층과의 차별이 해소된다는 논리다.
아울러 지상파는 방송 콘텐츠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송출권만 있으면 지상파가 UHD 플랫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통사는 이같은 방송사 주장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통신업계 측은 콘텐츠 소비 행태가 다량의 트래픽을 일으키는 동영상 시청으로 변하면서 모바일 무선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선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해야 한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것도 근거로 들고 있다. 효율성과 경제성을 내세운 것이다.
무엇보다 UHD TV가 한 대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데, UHD 방송이 정말 공공성을 띠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서로 이익을 위한 싸움이라면, 공공재화인 주파수를 더욱 효율적인 방향으로 쓰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케이블선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는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의 700㎒ 할당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UHD 콘텐츠 생산력이 지상파에 비해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송출까지 빼앗기면,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상파가 UHD 콘텐츠를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올해 케이블 업계가 확보할 수 있는 UHD 콘텐츠는 모두 200여 시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80%가 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이며, 외주사에 제작을 맡기거나 직접 투자해 제작하는 콘텐츠는 다 합쳐야 20% 수준이다.
700㎒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2012년 회수한 주파수 대역이다. 같은 해 방통위는 700㎒ 주파수의 108㎒ 대역폭 가운데 40㎒는 이동통신사에 할당키로 결정했으나, 최성준 신임 위원장이 이통사에 할당된 주파수와 관련해 “제로베이스에서 협의하자”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