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농협선거 비판보도를 비판한다

입력 2015-02-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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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경제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요즘 농협 단위조합 선거에 대해 언론에서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우선 논산 노성농협선거 입후보 예정자 김경자(전 노성농협 여성복지역)씨가 약 150여명의 조합원에게 현금 1000만원을 화끈하게 쏜 사실이 논산시 선관위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동김제농협 선거에 나선 이홍복(전 김제농협 상무)씨가 2014년 8월부터 9월 초까지 선거운동 목적으로 조합원 330명에게 굴비 등 모두 16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뿌린 혐의로 김제시 선관위에 의해 고발돼 전주지방검찰청에 구속됐다는 보도도 흘러나왔다. 어디 이뿐이랴. 단위조합선거 과정에서 터져 나온 부정선거 사례에 대한 보도는 죄다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리고 이런 보도를 접한 독자라면 응당 농협이란 사악한 괴물에 마징가제트의 ‘로켓 주먹’이라도 ‘따따따’ 날려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언뜻 100% 팩트로 보이는 것도 그 이면을 꼼꼼히 파고들다 보면 사실과 다른 경우도 많다. 필자처럼 ‘기자질’을 근 30년간 한 사람에겐 이건 일종의 상식이다.

필자의 이런 얘기가 마냥 허망한 주장이 아니란 걸 입증하기 위해 통계 하나 들어보겠다. 선관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진행된 단위조합선거에서 입건된 사람은 조합당 1.56명이다. 반면 이번 단위조합선거에서 부정에 연루돼 입건된 사람은 조합당 0.06명(2월 3일 현재)에 불과하다. 과거에 비해 선거 부정이 심각해지기는커녕 확 줄어든 것이다. 특히 이번에 사상 최초로 1326개 단위조합에서 동시에 선거가 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0.06명이란 숫자는 더욱 고무적이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향후 0.06명이란 숫자가 앞으로 더 작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일 거액 금품 제공 검찰 고발 사례 보도가 나오면서 부정 선거에 대한 일종의 ‘경종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 돈 줬다가 골로 갔단 보도가 무성한데 그 누가 감히 금품 살포를 생각하겠는가.

또한 이번에 신고포상금이 최고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부정 선거 신고 열기가 벌써 뜨거운 점도 같은 효과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포상금 노려 신고할 조합원이 여기저기 널렸기 때문에 후보자들도 선거 부정을 노리기 힘들단 얘기다.

새 법에 따라 동시선거가 실시되면서 현직 조합장 외의 후보예정자가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보도도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제한된 선거운동 방법 및 기간 등은 그동안 단위조합선거에 내리 적용돼왔으며 대부분의 조합장 출마예정자들이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선거인을 매수해 경운기로 투표소로 실어나른다는 ‘경운기 선거’에 대한 보도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선관위에서 엄격히 단속하면서 최근엔 발생한 사례가 없다. 10여년 전의 사례를 마치 현재 일인 양 보도하는 것은 지극히 비도덕적이다.

또 하나 보도를 통해 유포되는 건 ‘5당 4락’이다. 하지만 이 역시 철저한 과장의 산물이다. 2005년 7월 1일 선거가 선관위에 위탁된 이후 현재까지 적발된 금품 제공 최고액은 고작 1000만원 수준. 바로 논산 노성농협의 후보예정자가 150여명에게 제공한 액수가 1000만원이다.

그렇다면 언론들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나 몰라’ 식의 보도를 양산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단위조합선거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원한다.

농협은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운동체이자, 신용·경제사업 등을 영위하는 경영체다. 따라서 그 수장에 대해 마치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기준을 얘기한다면 그건 잘못 나가도 한참 잘못 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 수장을 뽑는 선거 역시 정치인을 뽑는 공직선거의 기준을 요구할 수 없다.

세상 어느 것에나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가 있다. 그런데 그 중 어느 한쪽만 보고, 다른 쪽엔 눈을 질끈 감는다면 절대 온전한 100%의 세상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세계관을 일러주는 기본 수단인 언론이 이런 식의 외눈박이가 된다면 이건 문제도 큰 문제다. 이런 점에서 언론은 이제 공평이란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은 언론이 이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는 존재 이유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절절한 건 왜곡과 과잉 보도를 가려내는 독자들의 혜안이다. 독자들도 언론 보도를 보고 거짓인가, 사실인가를 가려낼 수 있도록 매의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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