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추가적인 거시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전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한은 창립 6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한국경제는 기본적으로 아픈 상태인데, 암은 아니지만 영양주사로는 안된다"며 "기준금리 인하로는 한계가 있고 정부가 추경 편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또 "통화정책이 내수를 살릴 수 있는지는 효과가 확실하지 않고 한계도 있다"며 "반면 추경은 정부가 돈을 갖다가 민간에 투자하게 되고 소비가 살아나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문제는 지속적이고 꾸준하고 과감한 노력이 10년 넘게 진행돼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며 "우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풀어놓은 규제의 원상복구를 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오는 7월 말 시효가 만료되는 LTV와 DTI 규제 완화 조치를 사실상 1년 더 연장할 계획이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금리 인하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며 그 사이 구조개혁 등 경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그 사이 체력을 키우지 못하면 벌어준 시간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체력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기념행사 축사에서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어려운 시기에 한은이 더욱 제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 위원장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모든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전통 경제학이 더 이상 맞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은 새로운 경제변화에 대해 얼마만큼 변화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주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이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지만 항간의 기대에 비춰서는 실망하고 있다고 전해 드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세큘러 스태그네이션(장기침체)이 한동안 세계경제의 특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균형추 역할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순 전 한은 총재 등 한은 원로인사를 비롯해 금융기관, 정계,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