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으로 35개 기업이 선정된 가운데 부실 업종이 철강·전자 등 전 업권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건설업과 조선업 등 취약업종의 쏠림현상이 심했던 것과는 달리, 철강과 전자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대거 이름을 올려 관련 업종에 대한 사후관리와 경영정상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기업의 부실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구조조정 대상 업체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 중 별도 자구계획을 마련한 기업을 따로 선정해 지속적으로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572개 대기업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35개사가 구조조정대상 업체로 선정됐다고 17일 밝혔다. 35개 구조조정 대상 업체 중 워크아웃대상 기업(C등급)은 16개, 부실기업(D등급)은 19개로 집계됐다.
올해 구조조정대상 업체 수는 전년 대비 1개 증가했으며, 구조조정대상 업체 비율(구조조정대상 업체수/세부평가대상 업체수)도 6.1%로 전년(5.7%) 대비 0.4%p 늘었다.
◇철강·전자 비중 40% 이상…부실업종 확대=특히 부실업종의 다변화 추세가 눈에 띈다. 철강과 전자업체 15곳이 구조조정대상에 선정,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철강업체는 5개 기업이 C등급을, 3개 기업이 D등급을 받았으며, 전자업체 중 C등급과 D등급을 받은 기업은 각각 5곳, 2곳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철강과 전자업체의 부실은 더욱 두드러진다. 철강의 경우 지난해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 격화와 재고누적 등으로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부문 등 전자 업황이 부진하면서 철강 및 전자 관련 구조조정 대상 업체 수가 전년 대비 14개 급증했다.
지난해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된 철강 업체는 C등급을 받은 1개사뿐이었으며, 전자업체는 단 한 곳도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건설업의 경우 최근 주택경기의 일부 회복 등으로 구조조정 대상 업체수가 전년 대비 8개 감소했다.
금감원은 워크아웃대상의 경우 신속한 금융지원과 자산매각, 재무구조개선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워크아웃을 신정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신규여신 중단이나 만기도래 여신 회수 등 사후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재무구조 취약 기업…부실 선제적 대응=이와 함께 금감원은 올해부터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 업체로 17개사를 따로 선정해 자구계획 이행상황을 점검·관리할 예정이다.
이는 구조조정 대상 업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취약한 업체 중 자체 자구 계획을 수립했거나 진행 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채권은행의 별도 지원 없이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업체에 대한 부실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기업회생절차 등을 통해 신속한 정리를 유도할 것”이라면서 “‘자체 경영개선 프로그램’ 대상 17개에 대해서는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불이행시 수시평가 등을 통해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35개 업체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총 7조1000억원이며, 은행권이 6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보험(2600억원), 여전(8000억원) 등의 순이다.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금융권은 약 1조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이나, 은행권의 손실흡수 여력 등을 감안하면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구조조정 추진으로 인해 은행의 BIS비율은 기존 13.94%에서 13.87%로, 저축은행은 14.30%에서 14.28%로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