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BYD(비야디)와 협력한다. 지분투자를 통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비야디는 21일(현지시간) 선전증권거래소에 삼성전자 중국 자회사인 상하이 삼성 반도체가 자사 주식 5230만 주를 30억 위안(주당 57.4위안)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금액은 한화로 5100억 원에 달한다. 주당 인수가격은 BYD의 이날 종가 61.94위안보다 낮은 가격이다. 상하이 삼성 반도체는 이번 투자로 BYD 전체 주식의 1.92%를 보유하며 BYD의 9대 주주가 됐다.
BYD는 이번 사모발행에서 상하이 삼성 반도체를 포함해 CCB 프린스펄 자산운용, 차이나라이프 AMP 자산운용, 아혼-인더스트리어 펀드운용, 에센스 펀드 등 6개 기업에서 총 145억 위안(약 2조5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번 투자의 목적은 양사 간 전기차 부품 및 스마트폰 부품 비즈니스 강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1위 전기차 업체 BYD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용 반도체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업적 협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BYD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력의 주목적은 전기차용 반도체 사업 강화로, 앞으로 다양한 사업 협력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다만 이번 투자는 삼성SDI의 배터리 납품처 확보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BYD와의 협력을 통해 미래먹거리로 자리잡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사 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 자동차 전장사업을 공식화했다. 이번 협력으로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와 각종 센서 및 LCD 등 BYD에 공급하던 기존 전장부품 물량을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메탈 케이스, 저가형 배터리 등을 납품하는 BYD는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업체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배터리 납품에 대해서 선을 그었지만 향후 양사 간 배터리 기술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이번 BYD 투자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제조회사로 출발한 BYD는 지난해 기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약 30%로 1위를 차지했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는 15.1%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 중이다. BYD는 광둥성 공장에서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자사 전기차에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BYD가 생산하는 배터리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삼성SDI의 삼원계 배터리보다 기술적으로 뒤쳐진다. 업계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중국 시장 개척이 어려워진 삼성 배터리 사업의 활로를 찾기 위해 향후 양사 간 배터리 기술 제휴를 점치고 있다. BYD는 삼원계 배터리 기술을 습득하고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