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주가는 26일(현지시간) 7% 이상 급락한 10.53유로로 마감해 지난 1983년 이후 3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에 대한 우려로 유럽과 뉴욕증시에서 금융 관련주가 동반 하락했다.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 주가가 3.7%,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가 3.1% 각각 급락했으며 뉴욕증시에서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주가가 각각 최소 2.6% 이상 빠졌다.
지난 주말 독일 잡지 포커스가 도이체방크가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 측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한 것이 이날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도이체방크와 독일 정부 모두 이 보도를 부인했으나 시장의 불안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지난 1년간 무려 57% 하락했으며 시가총액은 글로벌 은행 중 78위로 말레이시아의 퍼블릭뱅크나 브라질의 이타우그룹 등 신흥국 은행들에도 뒤쳐지게 됐다고 FT는 분석했다.
게다가 도이체방크는 금융위기 촉발 원인으로 꼽히는 부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판매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로부터 140억 달러(약 15조5260억 원)의 벌금도 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미국에 벌금을 다 낼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없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게 된다. 또 도이체방크가 재무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보통주 기본자본비율(common equity tier one ratio)은 10.8%로, 시총 기준 유럽 10대 은행 평균인 12.59%를 밑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일 정부와 은행 측의 부인에도 구제금융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트너스의 안드레아스 우터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도이체방크는 독일 경제에 아주 중요한 은행”이라며 “주가가 더 하락하면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