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출범 20년] ‘닷컴’에 흥했다 ‘비리’에 추락… 체질개선으로 다시 난다

입력 2016-10-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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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총 206조, 중기·벤처 자금조달 창구 자리매김… 상장사 ‘옥석고르기’미래 성장형 산업 발굴·육성 기여

코스닥 시장이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이했다.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겠다는 목표 아래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을 벤치마킹해 1996년 출범한 코스닥 시장은 이제 세계 주요 신(新)시장 중 3위에 이름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 성장했다.

◇코스닥 양질의 성장 = 코스닥 시장은 ‘한국판 나스닥’으로 성장했다. 지난 1996년 상장기업 343사, 시가총액 7조 원으로 개설된 코스닥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올해 상반기 기준 상장기업수는 1168사, 시가총액은 206조 원을 기록했다. 기업수는 3배가량 증가했으며 시총 규모 역시 30배가량 큰 폭으로 커졌다. 글로벌 신시장 중 시총 기준 나스닥과 중국 차이넥스트(Chi-Next)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개설 이후 자금조달 규모가 47조9000억 원에 달하며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직접금융 지원과 인큐베이터 역할이라는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 1998년 4437억 원이었던 자금조달 규모는 약 6.7배 늘어나 지난해 3조 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상승률 역시 25.7%에 달하며 글로벌 신시장 중 중국 차이넥스트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시장의 성장에 코스닥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도 크게 늘었다. 글로벌 IPO 시장 침체에도 코스닥시장은 작년 122사의 IPO를 이뤄내며 해외 주요 신시장 중 나스닥(275사)에 이어 2위의 실적을 달성했다.

기관과 외국인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기관 1711억 원, 외국인 19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8%, 67% 증가했다.

◇‘닷컴버블’에 고공행진… 상장사 횡령에 붕괴 = 코스닥 시장은 IT벤처붐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999년 들어 코스닥 시장은 인터넷 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IT·벤처기업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활황 장세를 맞았다. ‘닷컴버블’에 코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10일 2834.40으로 사상 최대 지수를 기록했다.

당시 IT기업인 골드뱅크는 1998년 코스닥에 입성한 뒤 7개월 만에 주가가 800원에서 3만7000원까지 오르며 무려 4525% 급등했다. 인터넷 무료전화 사업자인 새롬기술 역시 1999년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6개월 만에 주가가 150배 오르고 시총이 한때 5조 원을 넘는 등 고성장을 했다.

닷컴버블에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으나 이내 버블이 꺼지며 코스닥 시장은 불황을 맞게 된다.

이에 더해 코스닥 시장은 2001년 코스닥 상장사 일부 경영진의 비위 행위가 발생하는 악재가 겹치며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는다. 코스닥 지수는 2001년 말 722.10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2008년 10월 27일에는 사상 최저치인 261.2까지 떨어졌다.

◇코스닥, 체질 개선 나서 = 코스닥 시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건전성 개선과 상장법인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2009년 시장에 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해 공시위반, 횡령·배임 등에 대산 감시를 늘렸다. 이에 관리종목·공시위반·횡령배임이 2011년 203건에서 지난해 96건으로 무려 52.7%나 감소했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회사를 상장폐지하는 대신 심사를 강화해 신규 상장을 늘린 점도 코스닥 시장 체질 개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신규 상장사는 427개사인 데 반해 상장폐지사는 261개사로 상장사의 4분의 1이 물갈이됐다.

거래소 관계자는 “적극적 시장관리로 벤처버블 시기에 비해 코스닥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었다는 것이 시장의 기본적 컨센서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장기업의 재무실적도 대폭 개선됐다. 작년 기준 상장법인의 평균 매출액, 당기순이익, 자기자본 규모는 2005년 대비 각각 54%, 428%, 116% 증가했다.

코스닥 시장은 이 같은 신뢰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 결과 다시금 활황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2014년 코스닥지수는 550선을 돌파하기 시작해 지난해 2월 600선을 돌파한 뒤 두 달여 만에 700선을 돌파했다. 같은 해 7월 20일에 코스닥지수는 782.64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 경제 패러다임 변화 선도 = 코스닥 시장은 미래 성장형 산업의 발굴 및 육성에 기여하면서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시총 상위 기업이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제조업에서 바이오, 디지털콘텐츠 등 신성장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1999년 시총 상위 기업에는 △한통프리텔(시총 37조4000억 원) △한통엠닷컴(7조1000억 원) △하나로통신(4조7000억 원) 등이 있었으나 2005년에는 △NHN(4조2000억 원) △LG텔레콤(1조8000억 원) △아시아나항공(1조2000억 원)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는 ‘황우석 줄기세포’ 이슈로 인해 바이오주들이 버블닷컴 당시 관련 주식들처럼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다. 일례로 조아제약은 주가가 저점 대비 4144%나 폭등하기도 했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셀트리온(11조 원) △카카오(6조2000억 원) △CJ E&M(2조7000억 원) 등이 시총 상위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 시장은 모험자본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며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덩치는 작아도 내실있는 기업의 도약을 위해 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창업지원센터를 출범해 크라우드펀딩에서 사적시장, 코넥스,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상장 사다리 체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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