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와 유료방송이 방송 프로그램 공급 대가로 주고받는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조정할 때 근거 자료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 20일 발표했다.
앞서 지상파 3사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의 재송신료 협상 갈등으로 프로그램 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1일에는 MBC, 10일에는 KBS와 SBS에 대해 방송유지 명령권을 발동하기도 했다.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가 재송신료 인상이나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한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상대 사업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대가'를 요구할 수 없도록한 제시안이다.
'현저하게 불리한 요구' 여부는 △광고수익 △가시청범위 △시청점유율 △방송제작비 △영업비용, △유료방송 수신료 △송출비용 △수익구조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사업자가 재송신료 요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면 이를 자문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업자간 협상 때 △3회 이상 협상을 요청했는데도 거부하는 경우 △협상 대표자를 지명하지 않는 경우 △합리적인 사유 없이 협상을 지연시키는 경우 △단일안만 강요하는 경우 등을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지상파TV나 유료방송사들이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경우에는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을 적용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의 형식을 취한 것은 민간 사업자의 사적 계약을 법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재송신료 협상이 법싸움까지 번질 경우 해석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방통위는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법)상 '금지행위'로 볼 수 있는지 법해석 지침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된 가이드라인이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맹점이다. 법적 효력대신 '가이드라인'을 넘어섰을 경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내세운 수준이었다. 법적효력 대신 법령 해석 지침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통위와 미래부 역시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적으로 법적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나 법령의 해석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의 협상이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역시 이날 가이드라인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재송신 대가 산정기준은 수학공식처럼 일부 요소를 대입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오랜시간 논의를 거쳤지만 명확한 산정기준 제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이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협상을 파하거나 거부 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의거한 제제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협상에 있어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