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9 대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 정책 기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양극화, 재벌, 복지 등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약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는 2018년 예산안 편성지침의 4대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양극화 완화’를 꼽았다.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대응, 저출산 극복과 함께 양극화 완화에 내년도 재원을 중점적으로 배분하겠다는 설명이다.
양극화 완화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이후 11년 만이다. 때문에 지난달 편성지침 발표 당시부터 차기 정부를 의식한 예산코드 맞추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기재부는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 등 분배지표가 2008년 이후 8년 만에 악화된 점과, 양극화 완화와 관련된 사회적 요구 및 전문가 의견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제재 강도를 높인 것도 차기 정부를 의식한 조치라는 시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공정위는 2015년에 이어 지난달 말부터 2차로 사익편취 규율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점검 대상은 5조 원 이상 총수 있는 기업집단 45개에 소속된 225개 사익편취 규율 대상이다.
또한 공정위는 시행령을 개정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최대 10억 원의 포상금 지급을 규정한 항목을 신설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도시재생 관련 자문위원회와 지원센터를 발족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매년 10조 원을 도시재생 사업에 투입, 임기 내 노후 주거지 500곳을 살리겠다는 내용의 대선 공약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4차 산업혁명은 각 정당 대선후보들의 공통적인 핵심 정책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모두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우선순위로 내걸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하는 데 가장 적극적이다. 신산업 민관협의회를 발족하고 12대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 방향을 제시한 데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집대성한 ‘산업통상자원부가 바라본 4차 산업혁명(가칭)’ 백서를 제작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권을 떠나서 4차 산업혁명은 다음 세대까지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정리할 필요를 느껴 지난해 초부터 업종별 담당 과에서 준비해왔다”며 “산업정책이 진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현 정부에서 6차 산업을 앞세워 강력히 추진하다가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농식품부는 다음 달 농업생산과 유통, 농촌, 바이오 등 농업·농촌 분야 4차 산업혁명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바닷모래 채취를 내년 3월부터 국책용으로만 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야당 중심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는 등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영춘 위원장이 문재인 후보 인사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에서 해수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평가도 있어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8일 ‘경제ㆍ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발표했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에 동의했다. 청년수당에 부정적이었던 박근혜 정부 기조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야당 대선주자들이 선호하는 정책에 발맞춘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