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기업 의욕 제고없이 일자리 창출 가능한가?

입력 2017-07-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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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건설교통부 장관

요즈음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이다. 새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이 되고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하였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토록 하였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이나 각종 정책 추진 내용을 보면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오른쪽 깜빡이를 켜면서 왼쪽으로 가는 자동차를 보는 것 같다.

일자리 창출에 가장 중요한 기업 여건 개선 시책이 보이지 않는다. 임금 상승과 경직적 노동시장 여건 등으로 경제 성장의 고용 유발 효과가 과거보다 낮아져 정부가 직접 고용을 늘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서 고용을 확대하는 것은 일부 보완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공공부문의 고용은 국민 세금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경제 활성화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는 많은 정책이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 예컨대 최저임금을 현재 6470원에서 2020년에는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15%씩 인상해야 한다. 많은 중소기업, 음식점 등 영세 자영업들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될 경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일부는 임금이 오르겠지만 많은 사람은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공부문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 가능하겠지만 민간기업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기업이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달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이 되어 많은 혜택을 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기대만 부풀어진 상태에서 더 큰 좌절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의 성과급 폐지도 노동생산성 향상과 역행한다.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제도는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제도로, 과거 정부가 힘들여 추진한 시책인데 새 정부는 그와 같은 노력을 단번에 무산시켜 버렸다.

이와 같이 노동계의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기업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은 없다. 참고로 사회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시장 유연성 증대를 위한 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원전 폐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는 이미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를 중단키로 하였다. 이미 공정이 29% 진행되어 보상비 등 2조6000억 원이 지출된 사업을 중단시키려 한다. 원전이 폐기될 경우 에너지 비용이 대폭 인상될 전망인데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강행하고 있다.

복지제도 마련을 위한 법인세와 소득세 증세 추진도 기업에는 부담이다. 전 세계가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 감세를 추진하는데 우리나라는 역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투자는 증가하고 외국인 투자는 감소할 것이다.

기업 의욕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주범 중 하나는 각종 규제다. 세계 모든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우리나라도 역대 정부 모두가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면서 규제 완화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규제가 더 늘어날 것 같다. 전월세나 치킨 가격 등에 대해 수요ㆍ공급 여건을 개선하기보다는 직접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핀테크,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에도 각종 규제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규제를 풀어주자는 규제 프리존법이나 서비스산업기본법, 원격진료 허용 등도 여당의 반대로 수년간 국회에 묶여 있다.

규제 완화는 경제 활성화의 핵심 과제로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화, 안전 강화, 복지 증대 등은 모두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돼야 한다. 목적이 좋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경제에 왕도는 없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 의욕부터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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