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막히자 9억원에 몇 백 만원 못 미치는 분양가를 책정하는 단지가 나타나는 등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23일 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다음주부터 분양을 실시하는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분양가는 전용 84㎡이하의 중형 아파트가 모두 9억원 아래로 책정됐다. 이중에서 가장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주택형인 전용 84㎡ B타입 105동의 경우 8억970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의 기준선인 9억원과 고작 300만원 차이가 나도록 근접하게 맞추었다. 다만 대형 주택형인 전용 114㎡의 경우 9억3500~9억5500만원으로 9억원을 넘겨 분양가가 정해졌다.
중도금 대출에 대한 정부규제를 피하려는 시공사들의 움직임은 이달 중순 중 있었던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분양이 계기가 됐다. 가장 저렴한 주택형의 분양가도 9억이 넘는 이 단지는 9억원이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현행 제도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제공되지 않았으며, 이에 차선책으로 고려된 시공사 보증의 중도금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끝내 실시되지 못했다.
중도금 대출이 막히게 되면 1차적으로는 중도금을 지급할 수 있을만한 여유자금을 가진 이들로 수요자가 한정되기 때문에 해당 단지의 분양 현장의 흥행 자체가 상대적으로 저조할 수 있다. 여기에 ‘디에이치자이 개포’ 분양 당시 벌어졌던 논란처럼 일부 부자들을 위한 청약 시장이 조성된다는 비판에 휘말리게 되면 분양 단지 자체에 좋지 못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다.
이같은 중도금 대출을 피하기위한 ‘8.9억’ 분양가 책정으로 단지의 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책정된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되는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현장과 맞닿아 있기도 한 인근의 대표 단지인 ‘당산삼성래미안4차아파트’의 경우 입주 15년이 넘은 단지임에도 전용 84㎡가 지난 1월 8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새로 분양하는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의 분양가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아이파크’ 역시 ‘래미안’과 마찬가지로 대형 시공사 아파트 브랜드인데다 신축아파트에 붙는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9억 미만의 분양가에서 향후 비교적 큰 폭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는 것이 이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당산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당산동에 신축 아파트가 오랫동안 없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소형은 모두 중도금 대출을 받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