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주의 옥석 가리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미국 뉴욕증시를 견인해온 주도주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서 MANG(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SNS의 가입자 수 증가세가 정체를 보이는 가운데 차세대 먹거리와 성장동력의 다변화에 따라 IT 주도주 자리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페북-트위터, 실적 좋았는데도…왜?=지난달 말 SNS 대표주자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20%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실적지표만 놓고 보면 호실적이었다. 페이스북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한 132억3000만 달러를, 영업이익은 33.2% 늘어난 58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트위터 역시 2분기 매출액이 23.8% 늘어난 7억1000만 달러를, 영업이익은 8000만 달러를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사실상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져 온 턴어라운드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실적이 아니라 월간 활동 유저 수(MAU)였다. 페이스북의 MAU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트위터는 MAU 지표가 전 분기 대비 100만 명 감소한 3억3500만 명을 기록해 성장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이들 기업이 활동 사용자 수 증가세를 무기로 성장해왔던 만큼 실적 발표 결과에서 이 부문의 감소세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올해 3월 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있었다는 점에서 하반기 MAU 지표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문 연구원은 “MAU 감소는 트래픽 감소와 함께 광고 매출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성장성 둔화라는 우려가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MANG는 왜 주목받고 있나= 국내 증권가에서는 당장 올해부터 FAANG에서 MANG으로 미국 기술주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MANG의 4개 기업이 공통으로 매출 다변화했다는 점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신성장산업으로 다각화하고 있는 사업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MAU가 중요한 광고 비중에 치우친 기업보다는 수익 구조가 다변화한 기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 시대에서 스마트폰 사업 실패로 IT 주도주에서 밀려났던 MS가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MS는 ‘윈도’를 바탕으로 1990년대 IT붐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으나 PC시장의 쇠락과 함께 뒤늦게 뛰어든 스마트폰 사업으로 회사 전체가 휘청이게 됐다. 이후 과감히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클라우드시장 규모가 2016년 30억 달러에서 2020년 140억 달러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에서 MS 사업 부문 내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사업부 성장 역시 기대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머신러닝·애널리틱스 기능 등을 통합한 애저 프리미엄 서비스 수요 증가는 수익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아마존도 견고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부문 이익 모멘텀과 캐시카우인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높은 외형 성장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며 넷플릭스는 아시아에서의 순증 가입자 수를 바탕으로 향후 고성장이 기대된다.
안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애플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할 기업으로 예상한다”며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시장의 활성화 및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MANG의 실적은 올해 이후에도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률이 22.3% 오를 것으로 봤다. 또 내년에는 25.5%, 2020년에는 21.5%로 매년 20%대 고속성장을 전망했다.
MANG과 함께 최근 언급되는 것으로 ’MAGA‘가 있다. MAGA에는 MS, 아마존, 구글, 애플이 포함된다. MAGA는 애플이 여전히 주도주 자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MANG의 경우 포화 상태에 도달한 스마트폰 사업의 비중이 높은 애플이 주도주 역할을 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없다고 보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애플이 최근 시장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분기 실적을 발표해 MAGA에 대한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
특히 MAGA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슬로건인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와 우연히도 첫 글자가 같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이들 기업의 시대가 다시 열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