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버스 줄에서 알 수 있듯이 행안부 공무원 중 아직 세종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세종과 수도권을 오가는 사람이 많다. 주중에 세종에서 머물다 주말엔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통근버스 이용객은 지난해 연말 약 1800명이었지만 행안부가 이전한 후인 2월에는 2000명을 넘어섰다. 차편도 65편에서 75편으로 늘었다. 한 행안부 공무원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들은 세종의 교육 여건이 좋지 않아 혼자 (수도권) 집과 청사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집계한 세종시 중앙부처 공무원의 거주율은 89.6%다. 근무자 1만3800여 명 중 1만2000명 이상이 세종에 거주한다는 의미다. 다만 여기에는 주중에만 세종에 머무는 ‘나홀로족(族)’들이 포함돼 있다. 적잖은 수가 허수다. 행안부 이전으로 이 허수가 더 늘었을 것이라는 게 관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행안부 이전은 세종의 부동산 시장도 바꿔놓았다. 연초에 초임 사무관 발령과 행안부 이전이 겹치는 바람에 원룸 물량이 동났다. 특히 교통 여건이 좋은 어진동과 나성동 일대 원룸은 일찌감치 물량이 소진돼 부동산 업소에서도 발을 구를 정도다. 공급난에 월세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해 여름 월세 30만 원이면 방을 구할 수 있었지만 이젠 50만 원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
반면 아파트 시장은 한산하다. 주중에만 홀로 세종에서 지내는 공무원이 많다 보니 목돈이 필요한 아파트 입주를 꺼리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가족과 함께 내려온 공무원들이 아직 적다 보니 실속 있는 아파트 계약은 많이 안 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원룸은 구하기 어렵고 아파트는 부담스럽다 보니 여럿이 방을 나눠쓰는 셰어하우스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고 귀띔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 사이에선 행안부 이전을 두고 “고소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방 분권을 다루는 주무 부처가 정작 세종에는 늦깎이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사무관은 “세종이 허허벌판일 때는 나 몰라라 하더니 자리가 잡히려 하니까 내려온다. 한동안 고생 좀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직권을 쥐고 있어 정부 내 ‘갑(甲)’으로 꼽히는 행안부 이전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과장은 “세종의 기반을 닦아 놓으려면 행안부에서 번번이 훼방을 놓았다. 이제 자기들도 내려왔으니 그 힘을 갖고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를 제대로 만드는 데 적극 나서지 않겠느냐”고 했다.
행안부는 조만간 동병상련 부처를 만나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여름 과천에서 세종으로 내려온다. 한 행안부 주무관은 “같은 처지가 생기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가뜩이나 좁은 세종 도로가 더 막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