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헌터’로 불리는 손 회장의 구상은 ‘초지성시대(超知性時代)’를 살아갈 인재와 기업을 키우는 것이다. 그는 30년 후에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 시대가 온다는, 이른바 싱귤래리티(Singularity·특이점)에 도달하면 IoT(사물인터넷), AI, 스마트 로봇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이 세 개의 융합기술에 의해 모든 산업이 재정의될 것으로 보고,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이 3종 세트에 집중해 ‘군(群)전략’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그가 그리는 초지성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IoT 시대가 되면 한 사람당 100개 정도의 초지성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한다. IoT에 삽입되어 있는 칩 자체는 통신만 할 뿐이지만 클라우드가 연계되면 초지성이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초지성이 바로 싱귤래리티다. 이러한 초지성이 자가용 한 대보다도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에 탑재되는 시대가 온다. 예컨대 우버가 이 로봇 덕에 절대로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시대가 가능해진다. 스마트 로봇의 수가 인구를 넘어 100억 대 시대가 온다면 모든 산업이 재정의된다. 의학, 건설, 부동산, 교통 등 모든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다.
소프트뱅크 그룹과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투자처를 보면 자동차 배차 어플리케이션에서부터 반도체, 자동운전, 금융, 의료는 물론 위성통신, 농업, 광산 개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손 회장의 머릿속에는 ‘AI 군전략’이라는 키워드 아래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AI를 구사해 다양한 산업을 파괴하고 재창조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기업군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아마존은 인터넷상에 상품 판매 사이트를 설치해 소매업을 파괴했고, IT의 리소스를 네트워크를 경유해 빌려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IT의 하드웨어 산업을 파괴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네트워크를 축으로 광고업계를 파괴했다. 애플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컴퓨터, 즉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단말시장을 창출했다. 모두가 네트워크를 무기로 한 파괴활동이며, 인터넷이란 플랫폼상에서의 변혁으로 볼 수 있다.
손 회장은 “키워드가 인터넷에서 AI로 이동한다”고 분석한다.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가 네트워크를 구사해 몇몇 산업을 파괴한 것 같은 움직임이 전 산업에서 일어난다. 그때 파괴자가 구사하는 것은 AI이며, AI를 사용하는 기업이 미래의 승자가 된다고 그는 보고 있다. GAFA가 지금의 승자라면 10년 후, 수십 년 후의 승자를 내놓을 군전략의 멤버들을 짜넣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2016년 영국의 반도체 회사 ARM 매수를 시작으로 오래전 마련한 자신의 전략 실현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손 회장은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는 아무것도 연주하고 있지 않지만 실은 모든 것을 연주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AI 혁명의 연주자인 전문가집단에 투자하고, 지휘자로서 투자기업들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생태계(에코시스템)를 확립한다는 전략이다. 손 회장의 이러한 야심은 실제로 먹혀들고 있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2018년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0.5% 늘어난 2조3539억 엔에 달했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의 평가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손 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 말을 우리 기업과 정책 당국 담당자들은 다시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손 회장의 분석처럼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은 AI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