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5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 결정 4개 기업에 대한 배상 권고를 수락하지 않기로 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해 내부적으로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다만 키코와 관련해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감원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추가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협의체 참가를 통해 사실관계를 검토해 적정한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한은행이 권고안 수락 여부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미 5번이나 결정을 연기한 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이 법적 절차를 이행해 키코 피해기업에 대해 지불하는 것은 은행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압박을 가했다. 그동안 신한은행은 금감원의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은 은행들은 키코 배상이 은행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해 왔다.
신한은행이 금융당국의 압박에도 배상을 거절한 이유는 배임 가능성 때문이다. 키코는 민법상 소멸시효(10년)가 끝나 배상 의무가 없는데, 이사회가 배상 결정을 내릴 경우 주주로부터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이번 결정으로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불수용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배상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소멸시효가 지나 법적 책임이 없는 사건을 배상할 경우 경영진이 배임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까지 금감원의 요구를 수락해 배상을 마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앞서 분조위는 지난해 말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 등 6개 은행에 키코 피해 기업 4곳에 피해 금액의 15~41%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 원 △우리은행 42억 원 △산업은행 28억 원 △하나은행 18억 원 △대구은행 11억 원 △씨티은행 6억 원이다. 나머지 145개 피해 기업에 대해선 분쟁 조정 결과를 바탕으로 은행의 자율조정(합의 권고)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