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근무형태로 '성과중심주의'도 덩달아 확대…"제도적 뒷받침이 관건"

입력 2020-08-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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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ㆍ롯데 중심으로 근무형태 변화 확산일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유연근무제를 확대했다고 답한 비중은 75%에 달했다. 특히 그중 절반은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이런 기조를 지속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으로 불가피하게 근무 형태를 바꿔야 했던 기업들이 근무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의 비정상적인 체제가 오히려 기업들에는 새로운 근무 체제도입을 위한 실험의 장이 된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7~8곳은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제를 확대했다. (출처=한경연)
▲한국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7~8곳은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제를 확대했다. (출처=한경연)

◇ SKㆍ롯데가 선제 도입…사무직 중심 전방위적 확산 = 변화의 중심에는 SK그룹과 롯데그룹이 있다.

SK그룹은 일찌감치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한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바탕으로 근무형태 변화를 실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종로 서린 사옥에 지정석을 없애고 공유오피스를 도입했다. 자리를 정해 두지 않고 자율적으로 앉아 근무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이후로는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SK케미칼과 SK가스 등 계열사에서 여러 근무 형태를 실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고 있다. 집 근처 사무실을 골라서 출근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거점 오피스를 확대해 전 직원 출ㆍ퇴근 시간을 20분 이내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의무화했다. 5월 롯데지주를 시작으로 롯데쇼핑도 주 1회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유한킴벌리도 이달부터 주 1회 이상 재택근무 의무화를 선언했다. 쿠팡은 코로나19 이후 조직별로 50% 이상 인원의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재택근무 등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삼성전자도 최근 변화조짐이 보인다. 최근 수원 가전사업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실적으로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생산라인 등을 제외하고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는 마케팅 등 일부 직군에 대한 부분적인 재택근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 환경에서 일하는 방식의 효율적 변화를 위해 서울 마곡 사옥의 연구개발(R&D) 부서에서 근무하는 300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 3일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마곡 사옥 R&D 부문 임직원들은 매주 화ㆍ수ㆍ목요일은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업무를 본다. 9월 30일까지 시범 운영한다. 이후 임직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제도와 IT인프라를 지속해서 보완해 추후 점진적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넥슨은 주 4일 출근, 1일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SK 서린사옥 전경 (사진제공=SK)
▲SK 서린사옥 전경 (사진제공=SK)

◇ 전문가들 "성과중심 문화도 확산할 것…정착하려면 제도 보완 필수"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큰 틀에서 유연근무제와 성과 중심주의 체계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유연한 근무 형태는 예전부터 꾸준히 퍼졌다"며 "그랬던 것이 최근 코로나19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에서는 비용 절감이나 성과 중심 체제로의 전환 등 상당히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며 "코로나19가 안정되더라도 이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경연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유연근무제를 도입ㆍ확대한 대기업의 10개사 중 약 6개사(56.7%)는 유연근무제 시행이 업무효율 및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 아웃풋 중심으로 성과 체제가 개편될 것"이라며 "노동과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일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연구나 사무직 쪽은 많이 변해갈 것이고, 생산직 쪽은 공간 제약이 있는 만큼 어려울 것"이라며 "성과측정 지표도 이에 맞춰 바꿔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 형태에 대한 수요는 많이 증가해있는데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필요하다"며 제도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측면을 언급했다.

그는 "기술적인 측면의 경우 코로나19로 상당히 진전됐다. '어쩔 수 없이' 적응을 하다 보니 여건이 조성됐다"며 "관건은 제도적인 측면인데 한국 특유의 경직적 노동시장을 탄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연 고용정책팀장도 "근로기준법 등 제도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근로 형태는 빠르게 변화해나가는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법 제도는 아직 못 따라오는 실정이다. 호봉제나 직무제, 직급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정인 LG유플러스 빅데이터전략팀 책임이 재택근무 중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해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김정인 LG유플러스 빅데이터전략팀 책임이 재택근무 중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해 팀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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