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측 개혁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중국정부의 정책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첫째, 내수소비 확대를 통한 자립경제 발전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축과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도 미·중 간 경제 탈동조화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자립 경제성장 방식으로 가야 하고, 그 핵심이 바로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수출확대전략인 ‘쌍순환’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소비가 살아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0.5% 하락하며 1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인들의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둘째,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빈부격차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2021년은 중국 공산당이 약속한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의 원년이고,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매우 중요한 해이다. 현재 4억~5억 명이 중산층으로 편입되었으나 여전히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부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그에 따른 가계부채도 심각한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상위 10%의 부자들이 중국 전체 가계 자산총액의 47.5%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20%가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불과하다. 가계부채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경기가 활성화돼도 중장기적으로 민간소비 둔화→성장률 저하→실업률 상승의 악순환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동산 투자 억제, 소득 재분배를 통해 중산층 인구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셋째, 해외소비가 아닌 자국 내 소비를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수요측 개혁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고품질 공급을 통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해외로 나가는 중국인의 소비를 국내에서 하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쉽게 설명하면,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많이 가고, 해외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모든 브랜드를 국내 면세점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국인이 1억5500만 명으로 이들이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이 약 2조 위안(약 340조 원)에 이른다. 이 중 10%만 국내 면세점에서 소비해도 약 2000억 위안의 소비창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들어 중국 하이난 면세점(CDF)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세계적인 면세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세계 4위였던 중국 면세품그룹(CDFG)이 2020년 상반기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수요측 개혁은 단순히 거시적인 경제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수요측 개혁의 방향은 결국 중국 제품의 고품질화와 소비시장 시스템의 재정비를 통해 국내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우리 기업이 변화하는 차이나 3.0 시장에 맞춰 정확한 시장 포지셔닝과 제품 혁신으로 승부해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또한 미국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미중관계를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