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12월까지 9개월 연속 상승했다. 비교 가능한 OECD 29개국 중 최장 기간이다.
24일 OECD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01.5로, 전월보다 0.31% 올랐다.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오름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다른 국가들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9개월 연속 상승한 국가는 한국 뿐이다. 특히 8월(100.0) 이후부터는 기준선인 100을 웃돌며 확장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100을 회복한 것은 2018년 5월(100.1)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데 쓰이는 지표다. 100 이상이면 확장으로, 미만이면 수축으로 판단한다. 한국은 제조업 업황전망과 주가, 제조업 재조물량지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차, 순교역조건 등 6개 지표를 바탕으로 경기선행지수를 산출한다.
다만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중단기적으로 변동 가능성이 크다. 최근 경기선행지수가 오른 주요 배경이 코스피 급등이어서다. 코스피는 2019년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0일 2197.67에서 지난해 12월 30일 2873.47로 1년간 30.8% 올랐다. 실물경기기 부진한 상황에 완화적 통화정책,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유동성이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달에는 사상 최초로 종가가 3100을 넘기기도 했다. 문제는 2분기 이후다. 향후 실물경기 회복 기대감이나 유동성 고갈 등으로 증시가 조정 국면에 돌입하면 경기선행지수도 중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물·금융 간 괴리도 위험요인이다. 금융시장은 호황이지만, 고용·소비 등 실물경제는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부진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이런 실물경제 회복 지연은 조정 이후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금융시장의 안정적 상승세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시장참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코로나 방역 성공과 실물경제의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