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가계소비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위축됐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계 소비지출 중 4대 필수품목 지출은 348조465억 원으로, 전체 소비지출(851조7512억 원)의 40.9%를 차지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42.7%) 이후 최고치다. 40%를 넘어선 것도 1999년(40.6%) 이후 21년 만이다.
가계 최종 소비지출은 총 12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중 일상생활과 밀접한 식료품·비주류 음료, 임대료·수도·광열(전·월세·수도·관리비 등), 가계시설·운영(가구·가전 등), 의료·보건(병원비 등) 등 4개 항목은 필수품목으로 분류된다. 필수품목의 비중이 커졌다는 건 주류·담배, 의류·신발, 교통, 오락·스포츠·문화, 음식·숙박 등 비필수품목의 지출이 줄었다는 의미다.
다른 표현으론 꼭 필요한 데에만 지갑을 열었다는 뜻이다. 통상 가계 처분가능소득(경상소득-비소비지출)이 늘어도 필수품목 지출은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는 늘어나지 않는다. 대신 여가, 외식, 쇼핑 등 비필수폼목 소비가 늘면서 필수품목 비중은 작아진다. 2000년(39.5%)에는 통계가 작성된 1970년 이후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고, 이런 상황은 2019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이런 흐름도 바뀌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국내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처분가능소득이 급감했다. 여기에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소비여력이 있는 가구들도 비필수폼목 소비를 줄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거리두기 완화 및 코로나19 예방접종 개시로 외부활동이 늘면서 소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9~16일) 결과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5로, 1월 기준치인 100을 넘어선 이후 3개월 연속 상승했다.